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손혜원 말이 맞다 해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이란 말이 있다. 공적 역할을 하는 이가 공무(公務)를 수행하는 중에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 처할 때를 가리킨다. 비록 비윤리적이거나 부적절한 행위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처지에 놓이는 것 자체를 피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교사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겠다. 그가 스코틀랜드의 풍력발전 확대 정책을 반대한 걸 두고 영·미 언론이 한목소리로 비판했었다. 스코틀랜드에 골프장을 가진 그가 대통령이 된 마당에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것이다.우리 속담으로도 표현 가능하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포 투기 의혹을 부인하는 걸 보며 든 생각이다. 그는 목포를 살리자는 뜻이었고 남편·조카 등이 매입했다곤 하나 되팔아 차익을 누린 게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마디로 떳떳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게 있다. 설령 그의 말이 다 옳다손 치더라도 이해 상충은 남는다. 국회의원으로서, 결과적으론 공적·사적 이익이 뒤엉킨 상황을 자초한 것 말이다.

그와 가까운 인물들이 목포와 금전적으로 연결된 이후에도 그는 종국엔 지인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 지지했다. 국회 발언만 봐도 명확하다. “지금까지 문화재청에 대해 많은 불만도 있고 오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말하겠지만, 이것은 반드시 칭찬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문화재청이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여서 이렇게 중요한 근대문화유산을, 아파트가 될 뻔했던 이 자리(조선내화 폐공장)를 지정을, 그 빠른 시간에 해내고….”(2018년 2월 27일)

관련기사

“제가 아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여기(목포 창성장)를 숙소로 한번 만들어봤다. 우리(국회 문화체육관광위)가 목포를 다음 주에 가게 되면 아마 여기를 들러 볼 것이다.”(2018년 10월 15일)

실제 현장 국감 차원에서 문체위원들이 목포에 들렀고 손 의원의 조카가 한다는 커피숍에 갔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후 국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현장을 시찰했다. 거기에 손 의원이 많은 역할을 해서 참 감동 깊게 하고 돌아왔다.” 야당 의원이 이럴진대, 문화부나 문화재청, 목포시청 등의 공무원은 어떻게 느꼈을까. 당시 동행했던 야당 의원에게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물었더니 이 같이 답했다. “손 의원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봐왔다. 조카가 한 채 가졌다고만 들었는데…, 진짜 아홉채래요?”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