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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분수, 무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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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분수(噴水)는 원래 기능적 이유로 고안됐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용수를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분수 유적은 기원전 2000년경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살던 고대 수메르인의 분수다. 돌로 만든 커다란 대접에 물을 대 고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중력 차이로 물을 뿜게 했기 때문에 분수대보다 높은 위치의 저수지가 필요했다.

분수를 발전시킨 건 고대 로마인이다. 수도교를 통해 먼 곳의 물을 끌어와 시민의 관개와 용수에 사용했다. 중력 차이를 이용한 건 같지만 기술이 정교해졌고, 짐승의 머리 모양을 조각해 입에서 물이 나오게 하는 등 심미적 발전도 이뤘다.

분수가 관상 목적으로만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세기 들어서다. 상수도와 건물 배관이 연결되면서 용수 공급 기능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펌프가 중력을 대신했고, 분수는 시민이 더위를 식히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기능은 바뀌었지만 시민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효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분수(分數)는 고대 이집트의 수학 서적에서 처음 확인됐다. 1858년 스코틀랜드 고미술품 수집가 헨리 린드(1833~1863)는 테베(룩소르)에서 발굴된 파피루스 서적을 구입했다. 이 책은 기원전 1700년경 이집트 서기였던 아메스가 남긴 수학 서적으로 판명됐다. 현재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아메스 파피루스’ 혹은 ‘린드 파피루스’라 불린다.

1보다 작은 수인 분수의 발견은 인류의 측량과 계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한정된 재화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고, 그 양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분배는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나누는 권한을 누가 가질 것인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인류는 전쟁과 혁명과 반동을 거듭했다.

분수(噴水)든, 분수(分數)든 인류의 행복을 위해 고안되고 발전했다. 행복을 늘리면 진보이고, 행복이 줄면 퇴행이다. 언론인의 역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분수도 모르면서 다섯 번이나 ‘분수대’ 지면에 글을 적었다. 1965년 9월 22일 중앙일보 창간호 2면에 실린 ‘분수대’는 이렇게 글을 맺는다.

“여기 대화와 휴식의 자리를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서 초라할망정 우리도 조그마한 분수대 하나를 만들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생동하는 분수의 마음으로, 정체와 부패를 거부하는 그 분수의 마음으로 그렇게 세상을 살고 싶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