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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최악의 날, 강남은 교통량 오히려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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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강남구 청담대로에서 먼지흡입 차량이 저속 으로 운행 중이다. 시속 8~15㎞로 운행해 끼어들기가 잦다. [이상재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대로에서 먼지흡입 차량이 저속 으로 운행 중이다. 시속 8~15㎞로 운행해 끼어들기가 잦다. [이상재 기자]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 13~15일 서울 시내 교통량은 소폭이나마 감소했으나 강남 일대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먼지흡입차 기자가 타보니 #평소의 2.5배 빨아들여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13~15일 서울의 전체 교통량은 2350만2125대로, 전주(6~8일) 2351만2395대보다 1만275대(-0.04%)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 13~15일 강남대로(신사역)에는 21만2941대의 자동차가 거리에 나왔다. 지난주 같은 기간 21만440대보다 2501대(+1.2%)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 기간에 강남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179㎍/㎥까지 치솟는 등 ‘최악의 먼지 공습’을 겪었다. 지난 15일 오전 강남구 일대에서 먼지흡입 청소차 운행 현장을 둘러봤다. 강남구청 앞에서 출발해 학동로를 왕복하고, 강남대로를 거쳐 도산대로에 이르는 약 10㎞ 구간이었다.

기자가 유 모(68) 씨가 운행하는 차량에 탑승한 건 이날 오전 10시 50분쯤이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였으나 많은 차량이 눈에 띄었다. 유 씨는 “미세먼지 경보가 울렸지만, 오히려 자동차가 더 늘었다”며 “걷는 것보다 차 안이 낫다고 생각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먼지흡입 차량의 앞·뒷바퀴 사이에 길이 2.3m 긴 막대 형태로 생긴 먼지흡입기가 바닥면 3~5㎝ 위에서 가동된다. [이상재 기자]

먼지흡입 차량의 앞·뒷바퀴 사이에 길이 2.3m 긴 막대 형태로 생긴 먼지흡입기가 바닥면 3~5㎝ 위에서 가동된다. [이상재 기자]

먼지흡입 차량의 앞·뒷바퀴 사이에는 긴 막대 형태의 흡입장치가 달려 있다. 길이 2.3m, 폭 4㎝짜리 진공청소기라고 보면 된다. 이 흡입장치를 가동하면 길바닥에 3~5㎝가량 가까이 붙어 쓰레기와 분진·먼지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도로 위의 ‘먼지 먹는 하마’로 불린다.

지난해 4월부터 먼지흡입 차를 운행한다는 유 씨는 “하루 평균 3.5~4㎏이던 먼지 수거량이 최근 사흘간 평균 5㎏으로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평소엔 토사와 휴지가 8㎏, 먼지가 3.5~4㎏쯤 수거됩니다. 그런데 어제와 그제는 토사가 10㎏, 먼지 5㎏이 나왔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강남 도로인데…. 얼마나 미세먼지가 심각한지 실감하고 있어요.”

기자가 먼지흡입기를 가동하기 전과 후의 도로 상태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듯하다고 질문하자, 그는 “그래서 강남을 가장 깨끗한 도로라고 하는 것”이라며 “공기 중에는 자동차 배출가스·미세먼지, 아스팔트 틈새에는 타이어·브레이크패드 마모가 박혀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하루 8시간씩 테헤란로에서 봉은사로~학동로~도산대로에 이르는 50여㎞ 구간을 운행한다. 강남구는 그동안 주간(오전 9~오후 6시) 2대, 야간 4대(오후 10시~이튿날 오전 7시)씩 분진흡입 차량을 운행했는데 13~15일엔 각각 6대씩으로 늘렸다. 운행량을 감안하면 최근 사흘간 먼지 수거량이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차량이 논현역 인근 공사 구간을 통과할 때 유 씨는 흡입장치 작동을 멈췄다. 유 씨는 “고장 날 우려가 있어서 포장이 울퉁불퉁하거나 공사 구간에선 (흡입기를) 가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먼지흡입기 가동을 못 한다는 사실에 대해 “어쩔 수 없다. 이게 운행 규칙”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시는 13~15일 먼지흡입차 120여 대(1만8000여㎞)를 운행해 미세먼지 925㎏, 초미세먼지 260㎏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먼지흡입 차량을 통해 ㎞당 미세먼지 51.4g, 초미세먼지 14.5g을 수거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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