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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박지성, 2019년 손흥민…누가 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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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팀 2011 vs 팀 2019

팀 2011 vs 팀 2019

펠레와 리오넬 메시가, 사이 영과 클레이튼 커쇼가 각각 맞대결한다면. 성사가 불가능한 대결이지만 상상으로도 흥미롭다. 이건 어떨까. 박지성의 ‘2011년 한국 축구대표팀(팀 2011)’과 손흥민의 ‘2019년 한국 축구대표팀(팀 2019)’이 만난다면.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아시안컵 역대 대표팀 가상대결 #2011년 이란 꺾고도 3위에 그쳐 #박지성 헌신 속에 구자철 득점왕 #2019년 세계가 주목하는 손흥민 #황의조 득점력 살아나는 게 과제

한국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3위를 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시안컵 대표팀 중 ‘역대급’으로 꼽힌다. 당시 한국은 8강전에서 이란과 연장 끝에 1-0으로 이겼다. 준결승전에선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졌다.

당시 조광래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만화 같은 축구를 했다. 전술은 변화무쌍했다. 패스는 빠르고 세밀했다. 주로 4-2-3-1포메이션을 썼다. 2선에서 박지성, 구자철, 이청용이 원톱 지동원을 지원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 이용래였고, 수비라인에선 이영표, 황재원, 이정수, 차두리가 최후 저지선을 구축하고, 골키퍼 정성룡을 엄호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팀을 이끌었던 박지성. 임현동 기자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팀을 이끌었던 박지성. 임현동 기자

특히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캡틴 박’ 박지성의 헌신도 빛났다.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가 예정됐던 그는 몸을 던졌다. 또 볼턴 소속이던 이청용은 대회를 계기로 첼시와 리버풀의 러브콜을 받았다. 20세 지동원과 22세 구자철은 ‘지구 특공대’로 불렸다. 득점왕(5골) 구자철은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고, 지동원도 잉글랜드 선덜랜드로 이적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지구특공대라 불리며 활약한 구자철(왼쪽)과 지동원. [중앙포토]

2011년 아시안컵에서 지구특공대라 불리며 활약한 구자철(왼쪽)과 지동원. [중앙포토]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리더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27)으로 바뀌었다. 박지성은 8년 전, 자신의 후계자로 당시 19세였던 손흥민을 지목했는데, 예상은 현실이 됐다.

한국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8년 전 박지성만큼 대단하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전과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연거푸 1-0 진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16일 3차전 중국전에야 팀에 가세했다. 손흥민은 합류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부담을 줬다. 존재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현실, 손흥민의 위력이다.

한국 사령탑은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보낸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다. 한국은 4-2-3-1포메이션을 쓴다. 원톱은 지난해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33골을 터트린 황의조(27·감바 오사카)다. 2선에서는 손흥민과 이청용(31·볼턴),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호흡을 맞춘다.

1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낸 손흥민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낸 손흥민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과 정우영(27·알사드), 수비수는 김진수(27·전북), 김영권(30·광저우), 김민재(23·전북), 이용(33·전북), 골키퍼는 김승규(비셀 고베)다. 선발 1순위는 아니지만, 황희찬(23·함부르크), 지동원(28·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21·베로나)도 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에 나오는 손흥민(왼쪽)과 박지성. [연합뉴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에 나오는 손흥민(왼쪽)과 박지성. [연합뉴스

‘팀 2011’의 조광래(55) 전 대표팀 감독(대구FC 대표이사)은 16일 “2011년 대표팀은 결과를 떠나 내용이 재밌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좀 더 기술적이고 패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준비했다. (박)지성이가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잘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달라 어느 팀이 낫다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 신무광씨는 ‘팀 2011’의 손을 들었다. 신씨는 “2011년엔 측면의 힘이 특히 대단했다. 박지성의 분투, 이영표의 안정감, 차두리의 박진감, 이청용의 무빙이 대단했다. 구자철이라는 ‘신데렐라’도 나왔다”고 말했다.

‘팀 2019’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전문가도 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2019년 대표팀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구조다. 2011년은 주전과 비주전 격차가 있었다. 지금은 23명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 이름값은 2011년이 낫지만, 유럽파는 2019년이 8명(2011년 4명)보다 많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019년 대표팀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손흥민이 있다. 2011년의 박지성·이영표·차두리 역할이, 2019년에는 기성용·이청용·구자철에게 넘어갔다. 단 하나, 황의조는 ‘역대급’ 득점력이던 지난해 모습을 이어가야, 황인범은 2011년 당시의 구자철 수준에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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