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구도 개편 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련의 젊은 지도자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15일부터 북경을 방문, 85세의 중국지도자 「덩샤오핑」 (등소평) 과 악수함으로써 중소는 30년간에 걸친 대립과 불화의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장을 펼친다.
59년 소련 「흐루시초프」와 중국 「마오쩌둥」 (모택동) 회담이래 한 세대, 꼭 30년만에 개최되는 이 역사적 회담은 중소양국 관계뿐 아니라 미·소·중 3각 관계를 축으로 하는 세계질서의 새 구도개편을 의미하고 따라서 한반도 정세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
중국을 기준으로 본다면 「친소반미」 (50년대)에서 「반미반소」 (60년대)로, 다시 「친미반소」에서 「친미친소」로의 외교적 기조선회를 하는 셈이다.
그들은 최근의 외교정책을 「평화공존5원칙」과 독립자주노선으로 설명한다.
이번 북경 중소정상회담은 「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이래 소련이 3년간 줄기차게 추진해온 대중국 화해정책의 절정을 이루는 동시에 고령의 등소평으로서는 그의 일생과 78년 재복권이후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온 평화 조성자로서 『백조의 노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소련은 중소정상회담 실현으 위해 중국이 82년 9월에 제기한 3대장애 (①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철수 ②중소 국경지대에서의 소련군 감군②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의 철수및 지원중지)를 제거하는데 노력하여 캄보디아 문제만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해결을 보인 셈이다.
아프간 주둔 소련군은 완전 철수했으며 7천5백km에 달하는 중소국경중 우수리강 동편의 국경선에 대한 합의를 보았고 서쪽에 대해서도 협상을 진행중이다.
75만명에 달하는 중소국경지대의 소련주둔군중 총20만명이 소련내 아시아지역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중 몽고주둔군 5만명중 4분의3이 「고르바초프」의 북경방문이 시작되는 15일을 기해 철군을 시작한다.
중소가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기까지에는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개방의 지속을 위해 국제환경의 안정을 필요로 하는데다 중국이 작년부터 강조해온 「새국제정치질서」의 개념과 「고르바초프」정귄의 「신사고외교」 원칙이 기본적인 궤를 같이 한 때문이다.
중·소 양국이 30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념상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사회주의 대국으로서 「정치적·철학적 견해의 우사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15일부터 18일까지 북경과 상해에서 개최될 「고르바초프」와 등소평·「자오쓰양」(조자양) 당총서기·「리펑」(이붕) 수상·「양상쿤」 (양상곤) 국가주석등과의 회담은 중소의 국가대 국가관계를 정상화시킬 것임에는 의견이 완전 일치하나 당과 당관계까지 완전 회복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로가초프」 소련외무차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고르바초프」와 중국 당·정지도자 회담은 중소 양국 국가간·공산당간의 관계를 모두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으며 일본의 견해도 대부분 맥을 같이 하지만 일부 홍콩의 외교소식통이나 전문가들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중소간에는 아직 이데올로기 논쟁의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미국·일본등 서방세계를 의식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당관계까지 정상화시기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번 방문중 「고르바초프」가 당총서기인 조자양을 만나지만 초청자는 국가주석 양상곤 명의로 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이 50년대와 같은 중소동맹 관계로의 회복은 아니며 제3국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정상회담이 미·중·소 3각관계에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를 비릇한 아시아 지역의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양국관계만 미뤄 본다면 올해 30억달러로 예상되는 양국간 교역, 특히 국경무역을 촉진시키는 것은 물론 최근 중국 해남도에서의 예처럼 합작투자와 같은 경제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한편, 과학기술의 협력도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소련에 대한 의심이나 소련의 대중포위전략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북경의 한 서방 고위외교관은 중소긴장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듯이 양국은 대아시아 영향력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한편 대서방무역, 기술관계에 있어서도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구권 소식통들은 심지어 정상회담 준비에 있어서도 양국의 긴장이 표출되고 있다고 전한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 문제와 관련, 양국은 베트남 철군후의 프놈펜 정부 형태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주로 양국관계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양국관계에 대해서는 공동선언이 예상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조약은 아니며 다만 상호평등·내정불간섭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의 장래에 관한 합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박병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