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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가 돌아온다"…윤석헌표 임원 인사에 바짝 긴장한 보험업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만간 예정된 금융감독원 임원 인사를 앞두고 보험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 ‘저승사자’‘칼잡이’로 통하는 이성재 국장이 보험 담당 부원장보로 유력하다는 소식 때문이다.

보험 담당 부원장보로 유력한 이성재 금융감독원 국장. [뉴스1]

보험 담당 부원장보로 유력한 이성재 금융감독원 국장. [뉴스1]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장은 해외 출장에서 귀국 후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장이 고른 금감원 부원장보 후보에 대해선 현재 청와대 인사검증이 진행 중이다.

윤 원장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금융감독 기관장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3일 출국했으며 17일 귀국 예정이다.

이번 임원 인사의 윤곽은 윤 원장이 출국 전 실시한 부서장 인사에서 이미 드러났다는 게 금감원 안팎의 평가다. 이성재 국장이 맡았던 여신금융검사국장 자리에는 예금보험공사 파견에서 복귀한 황남준 국장이 임명됐다. 이 국장과 함께 유력한 부원장보 후보로 거론됐던 이창욱 보험감독국장은 유임됐다.

윤 원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윤 원장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특히 보험업계가 문제가 많았다는 게 윤 원장의 시각이다. 지난해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강성으로 꼽히는 이성재 국장이 신임 보험 담당 부원장보로 오면 윤 원장의 방침에 따라 보험업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을 근거로 즉시연금 고객들에게 미지급금을 주라고 생명보험사들에 권고했다.

생보사들은 “법대로 하자”며 재판으로 끌고 간 상태다. 법원의 판결을 받은 후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문제가 된 생보사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8000억~1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국장은 2016년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업계를 강하게 압박해 사실상 ‘항복’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당시 문제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이었다.

보험 약관에는 책임 개시일에서 2년이 지난 뒤 자살로 사망할 경우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었지만, 보험사들은 금액이 적은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이 국장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끝까지 ‘일부 지급’ 방침을 고수한 생명보험사들에 영업정지, 대표이사 문책 등 중징계를 예고하는 방식으로 ‘목줄’을 좼다. 현재 진행형인 즉시연금 논란과 2016년 상황이 비교되면서 보험업계에선 ‘저승사자의 귀환’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금감원이 종합검사 부활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보험권이 ‘1차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사태로 보험사들에 공포의 대상이 된 이성재 국장이 부원장보로 취임하면 즉시연금 문제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보험 담당 부원장보 내정 소식에 반발하는 기류도 확산하고 있다. 옛 보험감독원 출신인 설인배 현 보험 담당 부원장보와 달리 이 국장은 한국은행(은행감독원) 출신이라서다.

금감원 내부에서 “보험권 직원들과 보험업계의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자 옛 보감원 출신 직원들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도대체 보험유착의 실체가 뭐냐”“보험권 전체를 유착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하지 말라”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금감원은 1999년 은행ㆍ증권ㆍ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의 통합으로 출범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번 인사로 인해 깊어진 조직 내 갈등의 골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윤 원장에게 골치 아픈 숙제가 될 전망이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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