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서소문 포럼

신년 결심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평소 가는 헬스클럽에 사람이 확 줄었다. 그곳의 한 트레이너는 “보름 됐잖아요”라고 말했다. 1월이 벌써 절반 지났다는 얘기였다. 그렇지, 작심삼일(作心三日)도 다섯 번 됐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주민복지센터가 운영하는 저렴한 요가강좌에서도 새해 시작 땐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보름 만에 지난해 연말 수준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회사 앞 흡연장소 역시 연초와 달리 요즘엔 흡연자들로 북적댄다. 역대급 최강 미세먼지가 사흘째 한반도를 뒤덮어도 흡연 의지를 꺾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살 빼기 운동, 금연 결행 벌써 중단? #작심삼일 탈출 핵심은 잡생각 잡기

누구나 새해엔 결심을 하고, 실행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결심은 얼마 못 가 꺾인다. 올해엔 살을 빼리라, 담배를 끊으리라, 영어회화 실력을 키우리라 등등. 그렇지만 작심삼일은 우리 보통의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지박약이라고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마시길. 다만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심삼일 현상을 풀이하고, 대안을 드리고자 한다.

뭔가를 결심했을 때, 예를 들어 올해는 제발 살을 빼라는 배우자 등의 간청을 받아들여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자.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평소 하지 않던 행동,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 전 중단되는 데 있다. 작심오일, 작심칠일, 작심십일처럼 사람마다 그 기간에 차이가 있을뿐 결행이 습관화되지 못해서 벌어진다. 우리는 매달 회비를 내는 거보다 6개월 이상 장기 회원권 끊는 게 훨씬 저렴하다는 헬스클럽의 달콤한 제안에 번번이 넘어간다. 그러면서도 결국 그곳에 몸은 없고 러닝화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킨다.

‘탈출! 작심삼일’의 핵심은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데 있어서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아내 처리하는 것이다. 살 빼기 위해 시작한 운동의 최대 방해물은 무엇일까. 통증 또는 고통일까. 처음부터 과도한 운동을 하면 장딴지가 당기고 심지어 온 삭신이 쑤신다. 그래서 처음엔 몸이 견딜 수 있도록 저강도로 출발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방해꾼은 고통이 아니라 잡(雜)생각이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면 별별 생각이 온갖 구실과 변명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오늘은 몸이 좀 후달리네’ ‘비가 올 거처럼 날이 구질구질해’ ‘무리하다 아프면 약값이 더 들지’ 등등. 심지어 나를 아는 주변 동료가 “요즘 핼쑥해 보여”라고 말해도 속뜻(그만 유난 떨고 운동 집어치워!)은 읽지 못하고 그 말만 냉큼 받아들인다. 그래서 결론은 ‘오늘은 쉬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 이건 어떻게 가지치기를 해야 할까. 잡생각 정리를 위해 돈 내고 ‘명상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할까. 명상도 습관화되기 전 작심삼일로 끝난다. 잡생각 가지치기의 1단계는 정례화다. 운동을 아침에 했다가 저녁에 했다가 짬 날 때 하는 건 작심삼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시간이 없어 (못해)’란 변명은 짬 날 때 하는 비정례화와 관련이 깊다. 그래서 고정된 이벤트가 되도록 하루 일정을 짜야 한다. 습관화는 시간의 고정화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지만 좀처럼 쉽게 되진 않는다. 지금 스마트폰을 열고 캘린더 어플을 눌러 ‘새로운 이벤트’ 항목에 결행 내용을 적고 ‘매일’ 반복을 눌러 등록하시기 바란다. ‘2시간 전 알림’도 체크하는 걸 잊지 마시길.

내 스마트폰이 ‘운동해!’라는 알림을 거듭 토해내도 막판까지 별별 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헬스클럽에 와 러닝머신에 오르는 순간까지 말이다. 그래서 2단계는 단순화다. 단순한 생각이 잡생각을 밀어내게 하는 것이다. ‘어제 한 걸 오늘 하는 거야’ ‘나는 이 시간엔 항상 이걸 하지’라는 생각을 떠올려 다른 잡생각을 잡는다. 몸이 움직일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다음은 다 알아서 된다.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다 보면 가정 내 고민거리, 회사 내 걱정거리가 어느새 가지치기 돼 있다. 게다가 고민의 우선순위까지도 정리된다.

자, 그렇게 했는데도 실패했다고? 그럴지언정 포기는 말자. 우리에겐 아직 설날(2월 4~6일)이란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강홍준 중앙SUNDAY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