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에 대안 없다 했지만 다른 투자자 제의도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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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각 근거가 없다"=은행법상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에 은행을 팔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특별한 사유란 부실 금융기관 지정이나 적기 시정조치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 2003년 6월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부실 금융기관 지정 기준인 8% 이하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부실 금융기관 지정은 실적을 근거로 해야 하지만 그해 7월 금융감독위원회의 매각 승인 결정은 연말 추정치를 근거로 이뤄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BIS 비율을 작성했다"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국민은행도 부실 금융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비관적인 전망 자체도 부실이 7000억원이나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 새로 밝혀진 사실=외환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동원했다.

우선 외환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실사 보고서를 왜곡했다. 삼일 측은 "매각 기준가격을 정하기 위한 실사와 일반적인 경영평가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며 "실사가 매각 협상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낙관적 시나리오를 쓰도록 요구했을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매각 협상 도중에 두바이 은행이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던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이를 무시하고 "모든 투자자에게 의사를 물었지만 론스타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했다.

◆ 어떻게 가능했나=감사원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감사원은 론스타를 처음 끌어들인 소개자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론스타가 처음 접근한 2002년 9월에는 외환은행을 판다는 것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처음부터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접근한 것은 누군가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재경부 반발 심해=재경부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외환은행의 매각이 진행됐으며, 부실 금융회사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는 법률상 허용된 예외 조항"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외환은행의 소수 경영진이 비밀리에 매각협상을 하도록 하면서 막후에서 재경부가 조종해 론스타 외의 대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는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당시 10여 개 외국 자본에 매각 의사를 보였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론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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