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4대 기업 총수들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커피가 든 텀블러를 손에 들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청와대가 준비한 것이다.
원래 예정돼 있던 일정이었지만 초미세먼지가 변수로 남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영빈관 행사가) 끝나고 나면 미세먼지 정도에 따라서 간단한 산책이 예정돼있다”며 “다만 오후 날씨를 좀 봐가면서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11시쯤 산책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은 한때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을 훨씬 웃도는 179㎍/㎥까지 치솟았으나 오후 들어 찬바람 때문에 미세먼지가 흩어지면서 차츰 떨어졌다.
청와대 경내 산책은 4시를 조금 넘겨 시작됐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본관, 불로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청와대 경내를 25분간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산책 도중 미세먼지가 대화 주제로 올라오기도 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운을 뗐고, 이재용 부회장은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며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구광모 회장에게 공을 넘겼다. 구 회장은 이에 "그렇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실시간 대기 오염도를 공개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의 ‘에어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청와대와 가까운 중구 측정소 관측 자료는 49㎍/㎥을 기록했다. ‘나쁨(36~75㎍/㎥)’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산책 당시 대기 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16~35㎍/㎥)' 수준으로 회복됨에 따라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앞서 12일 정오 발령된 뒤 3일 만이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