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입 오히려 역효과 보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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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나마의 군부실권자 「노리에가」장군의 신임투표의 성격을 띤 7일 파나마 대통령선거는 그 동안 잠잠하던 반 「노리에가」운동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표가 실시되기 전부터 미국을 비롯해 파나마의 반 「노리에가」야당세력들은 「노리에가」정부가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는 「노리에가」를 축출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공작과 계속적인 군부통치를 꾀하려는 「노리에가」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투표가 비교적 순탄하게 끝났음에도 개표 과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예하게 대립, 서로 승리를 주장하게된 배경은 처음부터 정권이양의 의도가 없었던「노리에가」측의 패배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 되고있다.
「노리에가」의 심복인 「카를로스·두케」가 여당후보로 나섰지만 선거 이전부터 야당 연합시민 민주동맹 (CDA) 의「기예르모·엔다라」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두케」후보는 자신들의 여론조사 결과 50·9%대 44·73%로 우세를 보였다는 주장으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나「엔다라」후보측은 자체적인 득표집계결과 자신들의 득표가 67%를 상회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파나마는 68년 군부쿠데타 이후 78년 군부가 임명한 민간대통령이 취임했으나 실질적인 군부통치를 계속해왔다.
특히 「노리에가」는 83년 군총 사령관에 오른 이후 대통령을 임의로 교체시키면서 중미의 강력한 군사 독재자로 군림해 왔다.
미국이 이번 파나마 선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99년12월로 예정되어 있는 파나마운하의 반환이후 미국의 이익을 계속 보장 할 수 있는 친미정권을 수립, 파나마에 영향력을 지속하려는 속셈 때문이다.
그 동안 미국은 지난해「노리에가」를 마약밀매 혐의로 기소하는가 하면 파나마 정부에 대한 미국 내 자산을 전면 동결하고 대파나마 지불을 전면 중단하는 경제제재조치를 취하는 등「노리에가」축출공작을 계속했다.
그 결과 파나마의 경제는 상당한 정도로 위축되었지만 기타 중남미국가의 대미비난이 거세 지고「노리에가」의 권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등 미국의 계산이 들어맞지 않았다.
따라서 분석가들은 미국이「노리에가」의 독주에 쐐기를 박고 실질적인 민정이양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금수조치 등「강력한 처방」을 해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남미국가 10개국 이상이 앞으로 1년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걸려 있어 향후 1년은 80년 이후 급격하게 추진된 남미의 문민화 및 잔존 군정세력에 대한 제2의 시험기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빚어진 파나마의 선거부정시비는 앞으로 여타국가의 정치변화과정도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하게 한다.
아무튼 이번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노리에가」는 계속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짙어 또한 차례 미국과의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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