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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대첩' 후…김승규, 진심으로 조현우 축하해줬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골키퍼 김승규(오른쪽)와 조현우가 지난해 11월19일 호주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앞두고 즐겁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골키퍼 김승규(오른쪽)와 조현우가 지난해 11월19일 호주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앞두고 즐겁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18일 한국축구대표팀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리는 경기당일. 원래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29·비셀 고베)는 넘버1 골키퍼에서 밀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러시아월드컵 1차전 당일 넘버2 통보 #조현우 위해 든든한 지원군 역할 #절치부심해 벤투호 아시안컵 주전 꿰차 #"메이저대회서 꼭 한번 잘해보고 싶었다"

대신 조현우(대구)가 깜짝 선발출전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내내 선방쇼를 펼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데헤아에 빗대 '대헤아'란 찬사를 받았다. 특히 조현우는 카잔에서 열린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 3차전에서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훈련에서 조현우와 김승규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훈련에서 조현우와 김승규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뉴스1]

김승규는 월드컵 내내 훈련에 충실히 임했다. 자존심을 접고 조현우의 조력자 역할을 든든하게 해줬다. 김승규 측근은 14일 "승규는 스웨덴전 당일에야 주전 골키퍼에서 밀렸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하지만 조현우를 열심히 도왔다. 독일전이 끝난 뒤 승규는 밝은 표정으로 조현우에게 '잘했다'고 말해줬다.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리그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뉴욕 대학교 육상경기장에서 김승규와 조현우가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리그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뉴욕 대학교 육상경기장에서 김승규와 조현우가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에서 밀린걸 깨끗이 인정한 김승규는 월드컵이 끝난 뒤 더 노력을 했다. 지난해 8월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이 취임한 뒤 다시 넘버1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 또는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 전술을 구사한다. 조현우 역시 선방 능력이 뛰어나지만, 포르투갈 출신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가 킥 정확도가 높은 김승규에게 좀 더 좋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규는 4년 전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김승규는 성인대표팀 소속으로 메이저대회에 주전으로 뛴 경험이 거의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정성룡 대신 선발출전해 0-1 패배를 기록한 정도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김승규가 공을 잡아내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김승규가 공을 잡아내고 있다.[연합뉴스]

그래서 김승규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김승규는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조현우를 제치고 선발출전했다. 안정적인 선방으로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김승규는 지난 13일 UAE 아부바디 뉴욕대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첫 경기 전날, 감독님과 골키퍼들이 미팅을 하면서 선발로 뛰는걸 알게됐다. 그저 실점 없이 잘 마치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주전으로 처음뛰는 메이저 대회다. 많이 기다렸던 대회다. 월드컵을 못뛰어서라기 보다는 대표선수를 하면서 한 대회는 꼭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6일 중국과 '조1위 결정전'을 앞둔 김승규는 "중국을 꺾고 조1위를 해야 토너먼트에서 대진과 이동이 수월하다. 상대가 중국이라서가 아니라 우승하는 과정에서 꼭 이겨야하는 경기"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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