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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동생? 호소다 마모루의 또다른 시간여행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50) 영화 '미래의 미라이'

영화 '미래의 미라이'에서 동생 '미라이'를 질투하는 네살 오빠 '쿤'을 따라 그려봤다. [그림 현예슬]

영화 '미래의 미라이'에서 동생 '미라이'를 질투하는 네살 오빠 '쿤'을 따라 그려봤다. [그림 현예슬]

혹시 '성덕(공한 후)'이란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단어로 덕질(무언가에 빠져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하는 대상을 만나거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 사람을 말합니다.

지난달 27일, 영화 '미래의 미라이' 시사회에 다녀온 저는 비로소 '성덕'이 되었는데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부터 '썸머 워즈',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 까지 적어도 두세번 이상 봤을 정도로 그의 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영화 '미래의 미라이'와 이어지는 기자간담회까지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일단 이번 영화에 대해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쿤은 어느 날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면서 누나가 돼버린 동생과 시공간을 초월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사진 모비]

쿤은 어느 날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면서 누나가 돼버린 동생과 시공간을 초월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사진 모비]

이번 영화 '미래의 미라이'는 감독의 전작들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사랑스러운 가족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아빠, 반려견과 행복한 삶을 살던 네살 소년 '쿤'은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동생 '미라이'로 인해 인생 최초의 서러움(!)을 맛보게 됩니다. 엄마도 아빠도 자신은 싫어하고 동생 미라이만 예뻐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던 어느 날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면서 누나가 돼버린 동생과 시공간을 초월한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형제 사이와 부모 자식 사이, 부부 사이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동생 미라이를 질투하는 오빠 쿤의 이야기, 쿤이 부모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초보 엄마·아빠가 두 아이를 육아하며 부모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볼 수 있죠. 실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쿤의 엄마, 아빠가 동생 미라이를 처음 집에 데려오는 장면. 이때까지만 해도 쿤은 자신이 여동생을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사진 모비]

쿤의 엄마, 아빠가 동생 미라이를 처음 집에 데려오는 장면. 이때까지만 해도 쿤은 자신이 여동생을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사진 모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도입부에서 쿤의 엄마, 아빠가 만나 결혼을 하고, 쿤을 낳고 기르는 과정을 짧게 보여주는데요. 이 부분이 일전에 소개해드린 애니메이션 '업'과 닮아있습니다('업'에서도 칼과 엘리의 결혼생활 장면을 영화 초반 약 5분가량 보여주죠). 본격적인 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에 한 가족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이 가족의 짧은 한 페이지를 엿볼 수 있죠.

이 밖에도 '미래의 미라이'에선 감독이 전작에서 다뤘던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타임리프, '썸머워즈'의 가상세계,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의 가족 이야기 등이 이 한 작품에 압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대를 넘나들며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쿤의 모습을 보면 꼭 부모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뭉클한 감정이 듭니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만났습니다. 추후 이런 기회가 다신 없을 것 같아 떨리는 마음으로 팬심을 고백하며 몇 가지 질문을 해 봤습니다.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사진 촬영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 아쉬운 화질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카메라를 챙겨 갈걸 그랬다. [사진 현예슬]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사진 촬영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 아쉬운 화질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카메라를 챙겨 갈걸 그랬다. [사진 현예슬]

직접 각본을 쓰신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 오늘 본 미래의 미라이까지 계속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영화를 만들어냄에 있어서 '무엇을 그려내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주로 하는 생각이 '인간이란 어떠한 상태에 이르면 변화를 하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집니다.

우리 어른들 같은 경우는 이미 인생을 많이 살아왔고 굳어진 것이 많아 별것 아닌 일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되면 굉장히 빠른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요. 신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 하루하루의 모습이 각기 다르죠. 그러한 변화가 우리 삶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영화를 통해서 인간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서 그려내고자 합니다.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가 오빠 쿤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 미라이에게 약간의 적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간지럼을 태우자 좋아하는 모습이 딱 어린 아이다. [사진 모비]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가 오빠 쿤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장면. 미라이에게 약간의 적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간지럼을 태우자 좋아하는 모습이 딱 어린 아이다. [사진 모비]

혹시 구상 중이신 차기작이 있다면 그 영화도 '가족 또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새 작품에 대해서 지금 여러 가지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에도 가족이나 아이가 나오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고 있는데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반드시 가족이나 아이가 나오는 영화를 그려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래의 미라이'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또 어떤 방식으로 감동을 줄지 기대됩니다. 또 가족이나 아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뭐 어떻습니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인데요.

'미래의 미라이'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 후보에 올라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상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받았죠. 다가오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아직 후보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좋은 소식 기대해 봅니다.

미래의 미라이 

영화 '미래의 미라이' 메인 포스터. [사진 모비]

영화 '미래의 미라이' 메인 포스터. [사진 모비]

감독·각본: 호소다 마모루
목소리 출연: 쿠로키 하루, 카미시라이시 모카, 야쿠쇼 코지, 후쿠야마 마사하루
음악: 타카기 마사카츠, 키타하라 교코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가족, 모험
상영시간: 98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일: 2019년 1월 16일

이번주 개봉영화
리지

영화 '리지' 메인포스터. [사진 워너비펀]

영화 '리지' 메인포스터. [사진 워너비펀]

180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실제 일어난 '리지 보든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아버지, 유산을 노리는 새엄마와 삼촌을 가족으로 둔 리지(클로에 세비니 분)의 저택에 어느 날 하녀 브리짓(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가씨와 하녀' 라는 키워드만 듣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생각났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 두 여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는 점, 마지막으로 일부 장면이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 후반부에 사건을 재현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재현 장면이 너무 잔인하게 표현돼 보기 다소 힘들었다.

크레이그 윌리엄 맥닐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에 시비니 출연/ 청소년관람불가/ 2019년 1월 10일 개봉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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