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방북 수락” 중국 발표엔 없어…북한, 구두 약속을 기정사실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0일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매체의 발표와 북한 매체의 보도를 비교하면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중국 발표엔 있으나 북한 보도에는 없는 게 있다.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 회담 성과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했다는 발언이다.

“김정은 성과 낼 것” 중국만 발표 #북한의 서포터 역할 미국에 과시

중국 측은 “김 위원장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조(북)·미 2차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 등에선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찾아볼 수 없고,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중국이 이처럼 북한의 매체 보도에는 없는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을 성과’를 강조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메시지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시 주석과 ‘작전 회의’를 하는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대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중국이 공식 발표문에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라는 문구를 넣은 건 북·미 회담을 훼방하는 ‘스포일러’가 아닌 ‘서포터’라는 주장을 미국에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이에 대한 희망의 뜻도 담겼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책임연구위원은 “평화체제 협상이 시작되면 중국이 개입할 영역이 커지는 만큼 ‘국제사회의 환영 받을 성과’라는 건 중국도 환영할 만한 내용으로, 비핵화 문제가 진전돼야 한다는 희망을 이중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 계획이 중국 발표엔 없는데 북한 보도에는 나와 있는 것도 차이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방문하실 것을 초정하시었으며 습근평 동지는 초청을 쾌히 수락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통보하였다”고 보도했다.

고유한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시 주석의 방북을 방중 성과로 대내외에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라며 "반면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가운데 방북하게 되면 미국에게 비핵화 방훼꾼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식화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