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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시진핑 대북 제재 해제 공동전선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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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선 반도 핵 문제의 궁극적인 평화적 해결 입장을 계속 견지할 데 대하여 일치하게 동의했다”고 북한과 중국의 관영 매체들이 10일 보도했다.

북 “시주석, 방북 초청 쾌히 수락”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8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우리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시 주석이 “쾌히 수락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여 의사도 공개했다. 중국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2차 조·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조선반도 정세를 옳게 관리해 국제사회와 반도를 둘러싼 각측의 이해 관계에 부합되게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입장이 일치했다”고 중국 측 매체가 전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적극 개입하고 양국이 공동전선을 펼치겠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미 정상회담서 국제사회 환영할 성과 낼 것”

시진핑과 베이징 회담서 밝혀
미국에 비핵화 상응조치 요구
시주석 “든든한 후방 되겠다”
한반도 문제에 지분 행사 나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베이징의 북경반점에서 오찬 전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여사,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베이징의 북경반점에서 오찬 전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여사,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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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올해 정책 대강을 밝히는 신년사에서 종전선언 등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다자의 틀을 강조해 사실상 북·중 공조를 공언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하루 종일 1만900여 글자에 달하는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문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알리면서도 “조·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를 시진핑 주석에게 표명했다. “김 위원장이 ‘해결 전망’에 대해 (시 주석에게) 밝혔다”고 보도된 점으로 볼 때 미국이 상응 조치, 즉 관계 개선과 대북제재 해제에 나서면 북한도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동시적 해결 방식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만나 사실상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한 모양새가 된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이라는 문구가 담겼던 싱가포르 공동선언 이행을 요구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시 주석은 생일을 맞은 김 위원장에게 전폭적 지지를 재확인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다롄(大連)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전략적 협력과 소통”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만남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이 달라졌다”며 공개 경고하자 한동안 친근함을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두 사람은 우의를 과시하며 대놓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시 주석은 “조선(북한) 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 동지들의 믿음직한 후방이며 견결한 동지, 벗으로서 쌍방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정세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6·25 전쟁 정전협정 서명의 당사자이자 북한의 후견인으로서 한반도 문제에 지분을 행사하겠다는 확언이나 다름없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중국 측과 일치단결해 나갈 것이며 긴밀한 협조의 전통을 계승하여 조·중 친선 관계를 계속 공고발전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실상을 직접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주체와 자주를 내세웠던 북한이 미국을 상대할 때 뒤에서 버틸 후견인으로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외교적 지원만이 아니라 현실적 지원도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경제시찰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던 박광호 당 부위원장이 동행했다는 점에서 실무자 선에선 대북 경제 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엔 중국이 비료 등을 북한에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평양 방문을 약속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앞둔 김 위원장에겐 보험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지금까지 네 차례뿐이다. 그만큼 북·중 관계에서 대형 외교 행사가 된다. 시 주석의 방북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경우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이어 14년 만이 된다. 양측이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을 보아 가며 공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백악관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인 친선을 자랑했지만 김 위원장이 집권한 뒤 시 주석이 한국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였다”며 “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면서 관계가 개선됐고 시 주석의 답방까지 확정되며 대미 공동전선으로 나선다는 양국 입장이 국제사회에 각인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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