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미래의 세계 정상'을 보는 듯하다. 주전 대부분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앙골라.토고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기는 이미 정상급이다.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는 코트디부아르에 2-1로 이기고 있던 후반 간판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빼고 미드필더 대니 란드자트를 투입했다. 중원에서부터 파도처럼 밀고 오는 코트디부아르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수비를 강화한 것이다. 네덜란드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는 네덜란드가 이겼지만 슈팅 수는 코트디부아르가 16-9로 앞섰다.
18일 가나와 체코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별'의 전사들은 유럽의 대형 선수들 앞에서 보란 듯이 개인기를 뽐냈다. 가나가 터뜨린 두 골은 모두 문전에서 거리낌 없이 날린 슈팅의 결과였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최진한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개인기로 상대를 아주 쉽게 제친다. 일부러 1대1 돌파를 시도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듯하다. 아프리카 팀 7경기 만에 가나가 첫 승을 올렸을 뿐이다. 최진한 전 코치는 "개인기에 비해 수비 조직력은 아직 많이 뒤떨어진다. 유럽과 남미의 백전노장들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수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진 것을 계기로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8년 뒤 스웨덴 월드컵에서 드디어 첫 우승을 일궜다. 독일 월드컵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아프리카 팀들이 강자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안방에서 치러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그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쾰른=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