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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안 부럽다 아프리카 '검은 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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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독일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보면 초창기 월드컵 때의 브라질을 연상케 한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미래의 세계 정상'을 보는 듯하다. 주전 대부분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앙골라.토고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기는 이미 정상급이다.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는 코트디부아르에 2-1로 이기고 있던 후반 간판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로이를 빼고 미드필더 대니 란드자트를 투입했다. 중원에서부터 파도처럼 밀고 오는 코트디부아르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수비를 강화한 것이다. 네덜란드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는 네덜란드가 이겼지만 슈팅 수는 코트디부아르가 16-9로 앞섰다.

18일 가나와 체코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별'의 전사들은 유럽의 대형 선수들 앞에서 보란 듯이 개인기를 뽐냈다. 가나가 터뜨린 두 골은 모두 문전에서 거리낌 없이 날린 슈팅의 결과였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최진한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개인기로 상대를 아주 쉽게 제친다. 일부러 1대1 돌파를 시도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듯하다. 아프리카 팀 7경기 만에 가나가 첫 승을 올렸을 뿐이다. 최진한 전 코치는 "개인기에 비해 수비 조직력은 아직 많이 뒤떨어진다. 유럽과 남미의 백전노장들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수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진 것을 계기로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8년 뒤 스웨덴 월드컵에서 드디어 첫 우승을 일궜다. 독일 월드컵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아프리카 팀들이 강자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안방에서 치러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그 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쾰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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