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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택시기사 어디로" 여의도에 울린 분신 택시기사 음성

중앙일보

입력

“60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인가. 우리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도 죽을 것이다.”

1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비장함이 묻어나는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택시 4개 단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비상대책위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분신으로 사망한 택시기사 임모(65)씨의 유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분신으로 사망한 택시기사 임모(65)씨의 유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심석용 기자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분신으로 사망한 택시기사 임모(65)씨의 유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심석용 기자

비대위는 스피커를 연결해서 한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파일에는 한 남성이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천천히 또박또박 글을 읽는 듯한 음성이 담겼다. 총 5분으로 구성됐다는 이 파일에는 개인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이날 공개는 2분 분량에 그쳤다. 녹음의 내용을 종이에 옮기면 총 A4용지 4장 분량이라고 한다.

임씨는 녹음 파일에서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톡이 지금에 와서는 콜비도 받아 챙기면서 간신히 밥 벌어 먹고 사는 택시기사들마저도 죽이려고 한다”며 카카오 카풀에 대해서 정면 비판했다.

기우석 민주택시노동조합 기획국장 ’9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천막에 수신인이 적혀있지 않은 검정색 가방이 하나 배달왔다“며 ’녹음기 하나가 수건에 싸여서 가방 안에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기우석 민주택시노동조합 기획국장 ’9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천막에 수신인이 적혀있지 않은 검정색 가방이 하나 배달왔다“며 ’녹음기 하나가 수건에 싸여서 가방 안에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이 녹음 파일은 광화문 택시 화재 사건이 있던 지난 9일 4시에 여의도 카풀반대 농성장 천막에 도착했다. 기우석 민주택시노동조합 기획국장 “9일 오후 4~5시 사이 천막에 수신인이 적혀있지 않은 검은색 가방이 하나 배달왔다”며 “녹음기 하나가 수건에 싸여서 가방 안에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기 국장은 녹음기가 담겨있던 검은색 가방을 보여주며 “개인물건일 수 있어서 열어보지 않았으나 분신사건 이후에 열어보니 유서가 담긴 파일이 있었다”며 “천막에 이 가방을 전달한 사람이 임씨가 이곳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음성 파일 내용에는 아들과 지인에게 전하는 말 등 임모씨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지난 9일 오후 6시께 서울 광화문역 2번출구 앞 도로에서 택시에 불이 났다. 불은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만에 진압됐으나 병원으로 이송된 택시기사 임모씨는 결국 사망했다. 목격자 이상호씨 제공

이날 집회에 모인 택시기사들은 ‘택시산업 말살하는 불법 카풀 척결하자’ ‘공유경제 미명하에 약탈경제 판을친다’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자연합회장은 “100만 택시가족의 이름으로 분노하며 결사 항전할 것을 선언한다”며 ”국회는 즉각 국토교통위원회를 소집하고 불법 카풀영업의 빌미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 1호를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 조항은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엔 돈을 받고 자가용을 운행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 택시 5대와 법인 택시 5대는 깜빡이와 라이트를 켜고 청와대 영빈관을 향해 행진했다.

집회가 끝난 후 택시 5대와 법인 택시 5대는 깜빡이와 라이트를 켜고 청와대 영빈관을 향해 행진했다. 심석용 기자

집회가 끝난 후 택시 5대와 법인 택시 5대는 깜빡이와 라이트를 켜고 청와대 영빈관을 향해 행진했다. 심석용 기자

기사 임모(64)씨는 9일 오후 6시쯤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분신했다. 불은 지나가던 시민들과 의경,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6분 만에 진화됐지만 온몸에 2도 화상과 기도에 화상을 입은 임씨는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0일 오전 5시 50분쯤 결국 사망했다.

박해리·심석용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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