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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주차장·뒷산서 만난 내 친구 개미야 나비야, 내일 또 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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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원형씨가 경민.영준 남매와 함께 아파트 주차장 쥐똥나무에 붙어있는 깍지벌레 유충을 관찰하고 있다. 맨눈으로는 콩알만한 덩어리처럼만 보였는데, 확대경으로 보니 수많은 유충이 꼬물대고 있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아파트촌에 사는 주부가 생태학습 안내서를 펴냈다. 도시에서 자연과 친구가 되는 체험놀이라는데,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심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생태체험 하자고 다 시골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기름값도 비싸고 길도 막히는 데 주말마다 교외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최근 '도시에서 생태감수성 키우기'(랜덤하우스중앙)를 펴낸 최원형(42.서울 중계동)씨는 "아파트 베란다나 주차장, 동네 뒷산, 약수터 등에서도 충분히 생태체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감수성'만 키우면 어디서든 얼마든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체험은 준비물도 간단하다. 확대경과 디지털 카메라면 충분하다. 최씨는 "10배만 확대해 봐도 물벼룩의 내장이 움직이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 생태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처음 보는 식물이나 곤충을 발견했을 때 유용하다.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어두면 도감과 비교해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다.

최씨는 경민(중2).영준(초등6) 남매를 키우면서 벌레를 보고 "무섭다""징그럽다"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와, 벌레네"라고 운을 띄우면 아이들은 금세 호기심을 보였다. 베란다에 쳐놓은 대나무발에 날아든 노린재도 최씨 집에선 구박받지 않았다. 관찰하고, 만져보면서 가을이 돼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더불어 살았다.

"물론 만지면 고약한 냄새가 났죠. 그럼 어때요. 씻으면 되는데." 딸 경민이는 한때 방에서 거미도 키웠다. 최씨가 무심코 거미줄을 청소해 버렸을 때 경민이는 섭섭해 눈물까지 쏟았다.

"자연이 눈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각박하게 살지 않을 것"이라는 최씨. 아이의 생태감수성을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제발 관찰한 동식물 이름을 강제로 외우게 하지 마세요. 자연은 외우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거잖아요."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거미줄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거미줄을 발견하면 조금 끊어놓고 관찰해 보자. 처음에는 경계 태세로 꼼짝도 안 하던 거미가 곧 끊어진 거미줄을 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이 나오는 실젖을 관찰할 좋은 기회다. 가까이서 실젖 모양을 관찰하고 움직임이나 특징을 기록장에 적는다.

새로 거미줄을 치는 거미가 있으면 어떤 순서로 거미줄을 치는지 관찰한다. 집을 지을 때 거미가 처음 하는 일은 실젖에서 실을 빼낸 다음 바람을 타고 날리는 일이다. 그래서 그 실이 다른 쪽 나무에 붙으면 거미줄 짜기가 시작된다. 먼저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서 촘촘하게 거미줄을 만든다.

거미줄의 세로줄(방사형줄)과 가로줄을 만져서 촉감을 비교해 보는 것도 거미줄 관찰의 필수코스다. 세로줄은 매끈하고, 가로줄은 끈끈하다. 거미는 세로줄로만 다니기 때문에 자기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다. 거미줄의 숨은 띠도 관찰할 수 있다. 숨은 띠는 거미줄에서 유달리 진한 부분으로 갈지자 모양을 하고 있다. 거미가 숨은 띠에 앉아 있으면 거미줄에 있으면서도 다른 곤충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늘 지나치는 익숙한 장소도 자세히 관찰하면 새 세상이다. 그냥 흙바닥이라고 생각한 곳에도 개미가 지나가고, 풀이 자라고, 모래알갱이가 흩어져 있다. 땅에는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개미와 풀도 산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땅은 아이들에게 땅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 10분 이상 쪼그리고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을 곳이면 어디든 '우리 땅 관찰하기' 장소로 딱이다.

준비물은 60㎝ 정도 길이의 끈과 확대경.기록장.필기도구면 된다. 끈을 지름이 15㎝쯤 되게 동그랗게 놓고, 그 안에 있는 것을 확대경으로 찬찬히 관찰한다. 관찰한 것을 기록장에 그려본다.

관찰과 기록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생각그물을 만들어 봐도 좋다. '땅'을 시작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이어가는 것이다. 스무 가지 정도 생각을 이끌어간 뒤에는 아이들이 말한 것을 순서대로 읽어준다. 예를 들면 '땅→이끼→초록색→소나무→바늘→옷→멋쟁이→뚱뚱하다→고기…'등. 그리고 아이들에게 땅에서 출발한 생각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설명해 준다.



돌이나 나뭇가지 있는 곳을 살짝 들추면 개미집을 찾을 수 있다. 개미집 입구는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둘레에 흙이 분화구처럼 쌓여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어떤 개미는 출입구를 낙엽이나 풀로 살짝 덮어놓기도 한다. 개미들이 부지런히 드나드는 구멍을 가만히 관찰해 보자. 처음에는 작은 구멍에 딱 맞는 모래알갱이로 구멍을 막아 본다. 개미가 먹이를 내려놓고 그 알갱이를 치우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다음엔 좀 더 큰 알갱이를 구멍 위에 올려본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개미들이 모여들더니 알갱이 치우는 일에 힘을 보탠다. 더 많은 알갱이를 개미집 구멍에 탑처럼 쌓으면 개미들은 다른 쪽에 입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는 마른 오징어나 빵을 개미집 근처에서 30㎝쯤 떨어진 곳에 놔둔다. 제일 먼저 먹이에 도착한 개미의 등에 수정액을 살짝 찍어 표시한 뒤 관찰하면, 그 개미가 개미집으로 돌아가 동료 개미를 데리고 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동료를 데리러 집으로 돌아간 동안 개미가 기어간 길 위의 흙을 손으로 문질러 놓으면 다시 집 밖으로 나온 개미는 한동안 우왕좌왕하다 다시 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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