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의 힘은 올인 문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 무대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힘은 바로 목표에 모든 것을 거는 '올인 문화' 때문이다."

18일 AP통신은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휩쓸고 있는 한국 여자 선수들의 선전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AP는 "올해 LPGA 투어 14차례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따낸 우승컵은 7개에 이르고 아홉 차례 준우승자를 배출하는가 하면 상금 순위 20위 이내에 9명이 포진하고 있다"며 "미셸 위를 포함하지 않은 성적이 이 정도"라고 감탄했다.

◆ 다음은 기사 요약.

1998년 박세리(29.CJ)가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한국 여자 선수들은 LPGA와 거리가 멀었다. 97년까지 단 한 명도 없었던 LPGA투어 한국 선수가 지금은 32명으로 불어났다. 현재 LPGA 투어 진입을 노리며 기량을 닦고 있는 선수도 35명에 이른다.

이 같은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한국 특유의 '올인 문화'다. 많은 한국 부모는 자녀가 진로를 선택하고 나면 그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다 걸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신의항(사회학) 교수가 2004년 논문 '문화, 스포츠에서의 성 역할: LPGA 투어 한국 선수들에 대하여'에서 지적했다.

박세리 선수가 한때 "한국 부모들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큰 압력을 준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한국 여자 선수들은 이런 '압력'을 잘 견뎌 낸다는 것이다. 박세리는 하루 12시간 연습을 하면서도 무에타이와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일명 '시험 지옥'이라 일컬어지는 한국 특유의 '시험 문화'도 중요한 요소다. 대학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주력해야 하듯 골프 역시 날마다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자 선수들의 눈부신 성과에 비해 한국 남자 프로 골퍼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2년간의 군 복무가 한 이유다. 이는 한국의 남아 선호사상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한국 부모들은 딸과 달리 아들이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아들은 골퍼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딸은 비록 유명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골프 트레이너가 돼 돈도 잘 벌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아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