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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유시민까지 가짜뉴스 총공세…'노무현 정부 시즌2'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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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더이상 가짜뉴스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일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9일 만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국정홍보 파트에서 일하는 이 관계자는 “최근에 윗 분이 기사 프린트물을 쭉 펼치더니 이것도 페이크(fakeㆍ가짜), 저것도 페이크 이런 식으로 화를 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는 이 관계자가 속한 부처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새해 벽두에 ‘가짜뉴스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유통하는 것에 대해선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별로 전문성이 있는 소통ㆍ홍보 전담 창구를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가짜뉴스 대응엔 범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가세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4일부터 가짜뉴스를 반박하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유 이시장은 지난 2일 JTBC에 나와 경제위기론에 대해 “보수기득권 이념동맹의 오염된 보도”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당 차원에서 ‘가짜뉴스 대책특위’를 구성했다. 지난해 10월엔 구글코리아를 찾아 “유투브에 게시된 문 대통령 건강 이상설 등 가짜뉴스 104건을 삭제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구글 측은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가짜뉴스 이슈는 최근 일련의 폭로 사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다시 이 문제를 띄우고 있다. 당내에선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자신의 비위를 덮기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비밀 누설자로서 그의 주장은 단순한 ‘카더라’ 뉴스에 불과하다”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오른쪽 네 번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오른쪽 네 번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권이 새해 벽두부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걸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가짜뉴스를 국정 지지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성과와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끔 사실과 다른 내용에는 공세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현재 유튜브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는 경제 무능’이란 뉴스가 퍼지다 보니 아무래도 당청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더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감에 문 대통령까지 나서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부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노무현 정부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월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마구 쏟아지고 있다”며 “언론은 가장 부실한 상품”이라고 각을 세웠다. 같은 달 국무회의에선 “기자실은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자실을 통ㆍ폐합을 추진했다.

법조계에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를 정부가 단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법률적 검토에 따라 가짜뉴스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으면 또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의 가짜뉴스 대응 방침이 잘못된 진단에 따른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가짜뉴스를 탓하기 전에 정부가 실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 [중앙포토]

여권에서도 여론 형성에 정부가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절대선’이라고 기준을 잡고 허위조작을 판가름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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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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