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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北 대사관 마비···조성길 잠적 불똥 튄 교황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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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잠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 측이 전례 없이 교황청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교황청도 실무 작업에 나서던 참인데, 조율을 맡아야 할 북한대사관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교황 방북 염두에 둔듯 교황청에 러브콜 #자선단체 산테지디오 6년만에 김영남이 환영 #북 성탄절 축하 영상도 "기독교 인정" 반응 #조성길 이탈 후 북한대사관 마비돼 협상도 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북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북한 측은 교황청의 분신과 같은 단체를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신도단체인 국제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 대표단은 지난달 중순 북한을 방문했다. 6년 전부터 이 단체는 북한 원산의 아동병원에 식량과 약품, 장비 등을 지원해왔다. 문천시 노인시설에도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국제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의 마르코 임팔리아초 대표 등 대표단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의 모습. [사진 산테지디오 홈페이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국제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의 마르코 임팔리아초 대표 등 대표단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의 모습. [사진 산테지디오 홈페이지]

지난달 14일 산테지디오 대표단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의 환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면담에서 문화 및 교육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고도 했다. 교황청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산테지디오 인사들을 만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유럽1국장은 대표단과 상호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북한 측은 대표단을 평양 천주교 장충성당 외에 정교회 정백사원에도 데려갔다.

이탈리아 언론은 “산테지디오 본부가 있는 지역 이름인 트라스테베레식 외교는 종종 교황청 외교룰 선행한다”고 보도했다. 교황청과의 수교로 가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이런 단체에 북한이 공을 들인 것은 교황의 방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바티칸에 대사관이 없어 이탈리아 대사관이 관련 역할을 해왔다.

강지영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성탄축하와 평화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강지영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 성탄축하와 평화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북한 종교인협회는 지난달 남측 종교계에 이례적으로 성탄절 축하 영상 메시지도 보냈다. 교황청 안팎에선 성탄절을 축하한 것은 기독교를 인정한다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조 대사대리는 교황 초청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를 만났던 폰토 신부도 “조 대사대리가 교황 초청에 아주 열린 자세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바티칸에서 성탄절 메시지를 전한 후 손을 흔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바티칸에서 성탄절 메시지를 전한 후 손을 흔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조 대사대리의 잠적 이후 북한대사관은 기능이 떨어져 무르익는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조 대사대리 건이 정리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교황은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을 동시에 가지 않고 초청장이 오면 별도로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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