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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산책 나온 개’ 같은 주가…앞서가다 이제 주인 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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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동치는 글로벌 주식시장

지난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세계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올해 첫 주 들어서는 소폭 상승하면서 출발했다.<그림 1 참조> 지난해에는 중국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미국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 주가도 미국 영향권에서 벗어나질 못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수축국면 진입하고 #미 경기 둔화로 조정국면 본격화 #증권사 주가 전망 하락 줄이을듯 #한국 반도체까지 이익 줄어들어 #미 통화정책 방향 틀면 반짝 상승 #그래도 수익감소 효과 더 지배적

주가는 단기적으로 수급 상황에 영향을 받지만, 추세는 경제 펀더멘털이 결정한다. 주가 결정 이론에 따르면 주가는 배당금과 기업 이익증가율이 올라가거나 금리가 떨어지면 상승한다. 하지만 올해는 모든 조건에서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국면에 빠져 있다.

우선 기업이익과 직결되는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살펴보자. 주요 예측 기관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했는데, 이는 7월 전망치(3.9%)보다 0.2% 포인트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7월 올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10월에는 2.7%로 낮췄다.

문제는 갈수록 국내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민간경제연구소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경험에 따르면, 예측 기관들은 경기 확장국면에서는 뒤따라 전망치를 올리고 수축국면에서는 실제 수치를 보고 전망치를 낮춰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기가 수축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것처럼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도 기업 이익 전망치와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할 때의 분석을 되살리면 애널리스트의 기업 수익 예상치는 평균적으로 주가에 2개월 정도 후행했다. 주가가 하락(상승)하면 뒤따라 이익 전망치도 감소(증가)했다는 뜻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상장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연초에 비해 12%나 줄었다. 올해 이익 전망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최근 국내 상장사 236곳의 올해 영업이익이 198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3개월 전 222조원보다 11% 정도 줄어든 것이다. 그동안 이익 증가를 주도했던 반도체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업종에서 전망치가 낮아지는 현상이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2  참조>

나아가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렸다. 그러나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금리 인상 바로 다음 달 1.78%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3.23%까지 상승했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2월 19일 Fed 금리 인상 후에는 더 가파르게 떨어지더니 최근 2.55%까지 하락했다. 일본도 사정이 비슷하다.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금리는 명목금리인데, 이는 보통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의 합(合)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실질금리는 사전적으로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대용변수로 실질 경제성장률을 사용한다. 결국 최근 시장금리 하락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이 축소 및 역전 현상도 다가올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이런 시장금리 동향은 올 한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초 Fed는 올해 2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증권시장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올 해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수축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주가를 결정하는 기업수익 감소는 주가 하락 요인인 반면에 시장금리 하락과 통화정책 완화 기대는 주가 상승 요인이다. 올 한해 전체적으로 전자가 후자의 효과보다 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통화정책 방향에 전환이 있을 3분기에는 일시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지난해 중국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지만, 올해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방 리스크가 더 커 보인다. 미국 주가가 경제를 과대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주식시장을 산책 나온 개와 주인에 비유한다. 개가 주인에 앞서가는 것처럼 주가도 경기에 앞서간다. 그러나 개가 뒤따라오는 주인에게 갈 수 있으며, 잠깐은 주인 뒤에 머물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지표인 산업생산, 소매판매, 비농업 부문 고용 등 경제지표로 평가를 해보면, 지난해 9월까지 주가(S&P500)가 26% 정도 경기에 앞서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것이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법인세 인하만큼 직접적으로 기업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 또 간접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로 투자가 늘었고 일부 기업은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고 자사주를 매입했다. 12월에는 과대평가 정도가 7%로 줄었는데, 이제 개가 주인 곁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그림 3 참조>

올해는 개가 주인 뒤로 갈 가능성도 높다. 1969년 이후 주가와 경기순환 관계를 보면, 주가 고점이 경기 정점에 동행했거나 2~11개월 선행했다. 또 경기가 정점을 치고 난 이후에는 주가가 평균 11개월에 걸쳐 23%나 떨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경기가 2007년 1월 정점을 치고 수축국면에 들어섰는데, 그 이후 주가는 17개월 동안 49%나 떨어졌다.

지난 한해 한국 주가는 중국과 더불어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되는 수출 중심의 경기둔화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영향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다. 최근 3년간 일별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한국과 미국 주가의 상관계수가 0.78로 한·중 주가 상관계수(0.50)보다 높다. 지난해 한국 주가의 중국과의 상관계수가 0.91로 미국(0.18)보다 훨씬 높았지만, 올해는 다시 지난 3년 동안과 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시장이 불안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주식형 펀드에 돈이 덜 들어오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부자들은 경제위기 때 가격 급락한 자산에 투자

곳곳이 지뢰밭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투자수단은 존재한다. 우선 특정지수에 연동돼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자. ETF는 국내 증시에 200여개 상장돼 있다. 일부 증권사 사이트에는 유망한 해외 ETF도 소개돼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오르는 ‘인버스’ ETF도 있다. 주식시장이 좋든 나쁘든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배당투자도 가능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개인 몫은 71%에서 62%로 줄었고, 기업 비중은 17%에서 25%로 늘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에게 임금 상승과 투자 증대를 유도하고 배당을 더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처럼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낮은 나라는 드물다. 한국 유가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2001~17년 평균 16.7%였는데, 이는 일본(32.2%), 미국(47.1%)은 물론 아시아 신흥국(32.8%)보다 낮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3년간 매년 배당금 9조 6000억원을 주기로 했는데도 배당성향은 15~18%로 여전히 낮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주말 수준(37150원)을 유지한다면 배당수익률이 3% 이상으로 은행 저축성예금 이자(2018년 11월 1.96%)보다 높다. 매월 은행에 적금을 드는 것처럼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배당형 펀드에 돈을 맡기면 중장기적으로 은행이자보다 높을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다.

더구나 주식만 투자 자산이 아니다. 채권도 있고 금 같은 대체투자 상품도 있다.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수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에 돈을 맡겨두었다가 다음 주가 상승 국면을 대비하는 방법도 좋을 수 있다. 최근 금값 상승은 올해 미 경제가 나빠지고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금융자산의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많은 부자들을 관찰한 데 따르면, 그들은 대체로 경제위기 때 금융자산 중 현금 비중이 높았고 가격이 급락한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부(富)를 더 늘렸다.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주식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 우리가 금융으로 부를 늘릴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지금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다. 대신증권·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면서 5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