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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던 차에 때려준 격|허상천기자 사회부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심완구 의원의 경남 도경교통과장 정우영 총경(54) 폭행사건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 또 하나의 정치쟁점으로 비화하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경찰의 집단사표 소동은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사건은 법정으로 번졌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의 위상재정립운동이 전체경찰조직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양상이다.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구속으로 상징되는 위신추락에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진압 등 격무와 박봉… 경찰조직내부의 누적된 불만이 집단사표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은 「울고 싶던 차에 뺨을 때려준」셈이다.
경찰로선 폭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단결(?)을 과시한 것으로 보이는 사표파동은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실망과 충격을 더 크게 안겨줬다.
국민의 공복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민생치안을 강조해온 경찰이 우발적인 「간부폭행사건」 이 나자 연대 파업하듯 줄줄이 사직서를 던지는 사태는 「공권력의 위기」라는 불안감마저 준다.
고소를 당한 민주당 측이 『경찰이 근로자들의 수사과정에 전자봉으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한 술책』이라며 『집단사표를 종용한 배후인물을 가려내 정치쟁점화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경찰의 행동에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는 측면이다.
물론 폭행이 사실이라면 『이유야 어찌됐건 국회의원이 공무집행중인 경찰을 폭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시각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연쇄집단 사표소동이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경찰의 「고충과 설움을 사회에 호소하는 방법이 집단사표래서야 근로자들의 불법파업과 과연 얼마나 다르다고 할 것인가.
민주당과 경찰의 엇갈린 주장은 이미 엎질러진 물구덩이에서 서로 흙탕물을 튕기는 물장구 놀음을 벌이는 격이지만 바람직한 수습으로 의의를 살려야 할 것이다.
경찰도 국민의 공복으로 공권력을 행사하고 정치인도 국민의 대표라는 기본인식아래 민주적인 관계설정이 확인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민주화의 또 한 걸음 전진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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