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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바닥? “판단 유보” “1900~19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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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해 주식 거래를 시작한 지 이틀만인 지난 3일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졌다. 이튿날 2000선 탈환에 성공했고 7일에는 2030선까지 올라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안갯속에 잠겨 있는 증시의 전망을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었다.

증권사 센터장 5인의 금융전망 #애플 등 부진, 세계경기 둔화 우려 #미국 셧다운 장기화 땐 국내 영향 #무역전쟁·반도체가 최대 변수

5명의 센터장은 올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열쇠’를 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 국내 증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산업의 동향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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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일고 있다”며 “애플·테슬라 등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를 2000선 아래로 밀어 넣은 요인 중 하나가 애플의 ‘어닝(실적) 쇼크’다.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종의 수출 부진과 실적 악화로 국내 증시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 수준이 낮아졌다”며 “올해 국내 상장사의 이익 증가율도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의 사례처럼 미국 기업이 이익 전망치를 낮추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미국과 한국 증시에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지수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데는 센터장 모두 동의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익숙한 두려움’이란 말로 요약했다. 그는 “예상했던 중국의 경제지표 둔화와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가 국내 증시에 반영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피 1900선 붕괴를 예측한 센터장은 아직 없었다. 이들 중에는 코스피 지수 하단을 1900선에서 1950선 사이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중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코스피의 바닥이 어디쯤인지 판단을 유보한 증권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도 있었다.

증시 반등의 ‘열쇠’는 위기의 진앙인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코스피 시장은 약보합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경제지표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동력(모멘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의 인상 계획을 수정해 (금리 동결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의 예상은 이미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기 상황의 전개에 따라 Fed가 인내심을 보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Fed의 금리인상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날 다우와 나스닥 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3~4% 급등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에겐 여전히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센터장은 “올 2분기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 분쟁이 해소되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무역 분쟁이 해결되면 세계 경제 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증시가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골도 깊은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정 센터장은 “전략적으로 금·채권·달러 같은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구 센터장은 “기업 실적이 비교적 탄탄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과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2차 전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종”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조현숙·정용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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