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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고혈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환갑이 막 지난 퇴역장성 한분이 찾아왔다. 지난달 정기신체 검사에서 혈압이 높게 나오자 집안 식구들이 자꾸 병원에 가보라고 못살게 굴어서 왔다고 했다.
이분은 요새도 하루 저녁에 소주 2병정도 마셔도 끄떡없을 정도로 기력이 왕성하고 팔굽혀펴기 1백회, 줄넘기 1백회를 아침 운동으로 거뜬히 해낸다는 것이다.
혈압이 높다는 것은 10년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약만 먹으면 무력감이 생기고 해서 자신에게는 높은 혈압이「정상」인 것으로 믿고 약도 안먹고 지낸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의 기준으로는 수축기(최고)혈압 1백60mmHg이상, 확장기(최저)혈압 95mmHg이상을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정상혈압은 1백40/90이하를 말하며 그 중간치인 1백60∼1백4O /95∼90을「경계역」이라고 부른다.
이 기준으로 한국성인 남녀의 약20%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고혈압은 우선 직접 물리적인 힘으로 병을 일으킨다.
뇌혈관등 약한 부분이 높은 압력에 못 견뎌 터지면 뇌출혈이 된다. 즉 반신불수가 되는 중풍이다. 눈의 말초혈관이 터지면 안저 출혈이 돼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간접적으로는 동맥경화증을 유발, 뇌혈관 경색증·심근경색증·신장(콩팥)기능장애 등을 일으킨다.
때문에 고혈압은 자각증세가 있든 없든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의 원인은 무엇인가.
약 80% 이상의 환자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본태성」이란 말은 우리 의사들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는 것을 좀 권위있게 표현하는 용어다. 다행히 최근 우리 의사들의 「권위적 무식」에도 불구하고 ▲이뇨제 ▲베타수용기 차단제 ▲칼슘 길항제 ▲A CE 차단제 ▲혈관 확장제 ▲중추신경반사 차단제 등 좋은 약들이 속속 개발돼 의사 노릇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이들 약을 적절히 사용하면 정력감퇴등 부작용 없이 고혈압을 90%이상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원인을 확실히 알아 제거할 수 있는 고혈압도 많으므로 특히 젊은이들의 급성 고혈압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혈압 상식의 허실을 짚어보자.
첫째, 노인의 고혈압은 정상 현상인가.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혈압이 높아지는 현상은 「소금문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소금을 전혀 먹지 않는 남태평양 주민은 20∼80대에서 혈압의 변화가 전혀없다는 놀라운 사실이 최근 발견됐다.
둘째, 노인의 고혈압이 정상현상이라는 말은 낡은 수도관이 더높은 압력을 견딜수 있다는 논리와 같은 것으로 옳지 않다. 뇌출혈·안저 출혈이 연령 증가에 따라 증가함이 이를 반증한다.
셋째, 고혈압 치료제의 평생복용은 결코 끔찍한 일이 아니다. 아침 출근전 수염깎고 화장하고 식사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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