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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과 서글픈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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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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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갈수록 화제다. 연일 자체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주말 시청률은 15.8%였다. 내용은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는 부유층 부모들의 입시 전쟁이다. 억대를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도 등장한다. 철저히 스펙을 관리해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켜준다는 인물이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3단계다. 우선은 공감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녀를 몰아붙이는 주인공에 대해 “그 마음 내가 안다”는 글들이 커뮤니티를 도배하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펑펑 돈을 쓸 형편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책상에 앉혀 공부하게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사춘기 자녀들과 갈등이 심하다. 너무 힘들다”는 등이다. “엄밀히 말해 자식 사랑이 아니라 자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구현하려는 행위”라는 정신의학자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다음은 팩트 체크다.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서다. 유튜브에는 서울대 의대 본과 3학년 3명이 드라마를 보고 팩트 체크를 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주변에서 얘기를 들었다. 코디네이터가 아니라 멘토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들 했다. 입시 전문가들도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다. 다만, 금액은 드라마에서처럼 억대가 아니라 수백만 원대라고 했다. “장관·정치인도 자녀 입시 컨설팅을 받는다”는 보도도 있다.(중앙일보 2018년 12일 31일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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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단계는 현행 입시 제도에 대한 비판이다. “복잡한 입시 제도 탓에 코디네이터까지 생긴 것 아닌가. 이래저래 돈이 있어야 대학 가기 유리한 세상이다.” 입시 전문가들도 이렇게 말한다. “학생부 종합전형(학생부 종합전형)은 독서·봉사·탐구 활동·수행평가 등을 정성 평가한다. 평가 기준도 모호하다. 스펙 설계를 해주는 코디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괴물’이라 불린다. 수십 년간 정부가 고치고 또 고친 결과다. 뜻했던 ‘공교육 정상화’는 이루지 못했다. 대신 사교육 시장만 한 해 20조원 가까운 규모로 키워 놓았다. 학생 수가 줄어도 사교육비는 늘어만 간다. 정부는 지금도 다시 입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실패의 연속만 보아 온 학습효과다. 다들 ‘개악(改惡)’을 두려워하는 판이다. 그런데도 손을 대느니, 이참에 정부는 입시에서 손을 떼고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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