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바로 이 얼굴! 20세기 움직인 200명의 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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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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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캐디 지음, 박인희 옮김, 거름,각 420쪽 내외, 각 1만4900원

20세기 역사를 돌아보는 숱한 방법 중에 이 책은 퍽 흥미로운 길을 택했다. 바로 역사를 움직여온 얼굴, 즉 사람을 내세운 것이다. 우선 2년 여에 걸쳐 기초조사와 자문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200명을 가려뽑았다. 사회.문화.과학.스포츠.정치 등 각 분야에서 상징적 발자취를 남긴 이들의 삶을 각 3쪽 분량의 평전으로 요령있게 압축했다.

특히 인물마다 한 쪽씩 큼직하게 실은 흑백사진은 이 책을 탐낼 만한 이유다. 침대에 누워 종이를 오리며 작업하는 노년의 화가 마티스처럼, 인물의 생애가 단적으로 드러나면서도 흔하게 보이지 않던 모습이 상당수다. 사진편집자 장 자크 노데가 전세계 사진보관소를 5년 동안 뒤진 결과물이다.

물론 200명의 목록을 뜯어보면 군소리할 대목도 없지 않다. 마릴린 먼로.다이애나 왕세자비.아인슈타인.프로이트처럼 상식적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안락사의 적극적 시행자였던 잭 키보키언 박사나 해양탐험가 쿠스토 등은 좀 뜻밖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을 조롱한 라디오방송의 익명 성우 '도쿄 로즈'나 20세기초 영국의 전투적 페미니스트 에멀린 팽크허스트처럼 생소한 인물도 있다. 축구선수 중에 펠레는 있는데, 마라도나는 왜 없냐는 식의 말이 나올 법하다.

역사서술이란 관점에 따라 취사선택이 불가피한 작업이다. 200명이라는 제한을 둔 이 책의 결과는 서양, 그 중에도 미국이 중심이고, 정치보다는 사회.문화가 중심이 됐다. 어쩌면 그게 매력일지 모른다. 다른 나라 책이었다면 미국 사회의 자녀교육방법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스포크 박사나 상담칼럼으로 이름을 날린 쌍둥이 자매 앤 랜더스와 애비게일 밴 뷰런을 만나기 힘들었을 테니까.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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