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어로빅은 시시해 '줌마 사커' 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송파구 여성축구단이 14일 방이동 여성 전용 축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공을 차는 이는 주장 김정희(46)씨. 최승식 기자

"언니! 여기 오른쪽으로 패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여성전용 축구장. 30~40대 주부 20여 명이 하얀 유니폼을 입고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화장 대신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잔디구장을 누비는 여성들은 송파구 여성축구단 회원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 모여 훈련한다. 주부선수들의 몸이 다소 무거워 보였지만 정열만큼은 여느 남성팀 못지않았다. 이들은 전날 토고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이 보여준 패스전술을 연습하고 동점골이 된 이천수 선수의 프리킥도 따라했다. 팀의 주장인 김정희(46)씨는 "회원들은 훈련을 빼먹지 않는 열성파 아줌마들"이라며 "대표팀의 전략.전술을 배우려고 토고전도 함께 모여 관전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바람을 타고 주부들 사이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마추어 여성축구단에 들어가 직접 경기를 하며 축구를 즐기는 주부도 느는 추세다. 현재 서울에서 15개 구청이 주부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 전국적으로 148개의 여성축구단이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에 등록돼 있다. 여성축구대회도 활성화돼 여성부장관기 대회 등 연간 4개의 전국 규모 대회가 주부축구단의 붐을 이끌고 있다. 서울 은평구청 문화체육과 김종국 주임은 "요즘 월드컵 분위기를 타고 여성축구단 가입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아줌마 선수'의 연령층은 30대 '새댁'에서 70대 '왕언니'까지 다양하다. 마포 여성축구단에서 수비를 맡고 있는 김숙자씨의 나이는 예순일곱. 14년 동안 축구연습을 한 베테랑 수비수다. 김씨는 "1992년 운동을 하고 싶어 에어로빅을 시작했다가 재미가 없어 축구로 바꿨다"며 "몸싸움도 하고 큰 운동장을 누비는 축구가 적성에 딱 맞더라"고 말했다. 종로구 여성축구단의 미드필더 박혜자(35)씨는 "몸매 관리를 위해 축구를 시작했는데 시합을 한번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려 정신건강까지 좋아진다"고 자랑한다.

아줌마 선수들은 축구지식도 전문가를 뺨친다. 동대문구 여성축구단의 권명화(51)씨는 토고전을 집에서 TV로 보며 남편과 아들에게 "마음이 급하면 공이 발등에 맞아 높이 뜬다" "경기 흐름상 안정환 선수를 투입할 때가 됐다"는 등 실전 경험에 입각한 해설을 해줬다고 한다.

축구계에선 2002년 월드컵 이후 아마추어 여성팀이 많이 생겼던 전례에 비춰 올해도 제2의 여성축구 붐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 토고전 TV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통념과 달리 여성(51.5%) 시청자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