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책장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방 쇼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는 배경으로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대형 초상화도 걸어 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런데 ‘닮은 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시진핑 주석 신년사 영상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도심서 집무실 이동 카메라 동선 같아 #고풍스런 책장, 대형 그림 배경도 비슷
김일성 광장 대 천안문 광장
지난해 시 주석 영상을 보니 화려한 베이징 시내를 비추던 카메라는 천안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드론을 띄워 찍은 영상은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북한 신년사 영상은 김일성 광장이 시작점이다. 이곳에 위치한 인민대학습당 시계탑을 비추면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 집무공간 대 시 주석 집무실
중국 영상은 자금성 담장을 넘어 천안문 뒷 편 중난하이(中南海ㆍ자금성 서쪽 중국 최고지도부가 모여 있는 곳)로 옮겨갔다. 시 주석 집무실로 들어서는 '신화문' 앞으로 점점 접근해 들어갔다. 시 주석 경호를 맡은 인민해방군 소속 8341부대 요원 두 명이 정문 양쪽에 자리 잡은 모습도 보였다. 북한 신년사는 김 위원장의 집무 공간인 노동당 청사로 이동했다. 카메라는 김 위원장 집무실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 정문을 확대하며 실내로 들어갔다. 역시 드론 촬영이다.
선대 배경 그림 대 만리장성 배경 그림
시 주석은 집권 뒤 2014년 첫 신년사 발표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중난하이 집무실을 무대로 삼았다. 이후 인민대회당으로 장소를 한 번 바꿨지만 지난해를 이어 올해 신년사도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촬영했다. 뒤로는 고풍스러운 책장과 만리장성 대형 그림 등이 배경이다. 시 주석은 부친 시중쉰(2002년 사망) 전 부총리와 모친 치신 여사를 비롯한 가족 사진과 군복 차림인 청년시절 시 주석 사진을 책장에 올려뒀다. 책장 왼편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도 세웠다. 김 위원장이 자리 잡은 집무실에는 김일성 저작집 등을 빼곡하게 채운 책장이 가득했다. 책장 옆으로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대형 초상화도 걸어 둬 시 주석 공간과 비슷하게 연출했다. 물론 책상 뒤로 북한 인공기와 노동당기도 세워뒀다.
김 위원장은 소파, 시 주석은 책상인 게 차이
두 영상 사이엔 차이점도 있다. 시 주석은 책상에 앉은 자세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책상에는 붉은색 전화기 두 대와 흰색 전화기 한 대ㆍ서류철 하나ㆍ필기구 통과 일력(日曆)을 올려뒀다. 김 위원장은 책상에 양손을 올려 둔 시 주석과 달리 신년사 문건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았다. 오른쪽 탁자에는 흰색 전화기 하나를 설치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