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가 1일 방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영상엔 특이한 대목이 있다.
32분 연설 화면 속 탁상시계 #0시에 시작해 0시55분 종료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9시 신년사를 방영했는데, 김정은이 등장하기 전 화면에 비친 노동당 청사 바깥은 깜깜했다. 재야의 종을 연상케 하는 종소리 직후 화면 속에 등장하는 시계는 12시를 가리켜 이날 신년사가 생방송이 아닌 자정에 녹화로 진행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북한은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를 시작한 2013년부터 새해 1월 1일 오전 9시나 9시 30분, 낮 12시30분에 방영했는데 모두 사전 녹화였다. 이번 신년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노동당 청사 접견실에서 낭독했다는 점인데, 한 번에 녹화한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진행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TV 신년사 방송은 오전 9시에 시작해 30분 뒤에 끝났다. 정확한 연설 시간은 32분가량이다. 그런데 신년사가 시작한 지 8분이 지났을 때부터 카메라가 김 위원장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시계는 시간을 확인할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됐다. 하지만 김정은의 신년사가 끝나고 카메라는 김 위원장 전신을 담을 때 뒤쪽 시계는 0시55분을 가리켰다. 사전 녹화 뒤 편집을 거쳐 30분가량의 신년사로 방영됐지만 실제론 50분 이상 걸렸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 전문가는 “영상 속 시계나 신년사 중간에 자료 사진이 들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녹화방송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낭독하는 과정에서 실수해 NG를 냈거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 녹화를 했거나, 짬짬이 쉬어가며 녹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신년사 방송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 등 최측근 인사의 수행을 받으며 노동당 중앙청사에 입장하고,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맞이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노동당 청사 외부에서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가 청사로 다가가며 줌인하는 입체적인 영상까지 담았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