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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백지화 보도자료, 차영환 비서관이 취소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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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GDP 대비 채무비율을 제시하며 국채 발행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GDP 대비 채무비율을 제시하며 국채 발행을 주문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일부러 높이려고 불필요한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당사자로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지목했다.

신재민 “직접 겪은 일” 기자회견 #“김동연, 39.4% 채무비율 주며 #거기 맞춰 국채발행 액수 주문” #기재부 “4조 적자 국채 발행해도 #채무비율 0.2%P만 올라 무의미”

신 전 사무관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2월 적자 국채 발행 논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채 발행 관련 업무는 제가 담당자였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네 번 보고하러 들어갔다”며 “최초 보고 내용은 8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차관보가 간부회의에서 질책을 받았고, 이후 차관보·국채과장과 함께 김 부총리 방에 들어가 최대한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부총리께서 39.4%라는 숫자를 주시며 (채무비율이) 그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면서 “국채 발행 액수를 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목표로 삼은 채무비율이 먼저 결정됐고, 거기에 맞춰 적자 국채를 발행해 숫자를 맞추는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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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영환 전 비서관이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확정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압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결국 김 부총리는 (기재부 실무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적자 국채 추가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며 “그러나 이후에 청와대에서 국장님·과장님께 전화를 걸어 (12월 국채 발행 계획) 보도자료 내는 것을 취소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이라며 “전화를 건 사람은 청와대 차영환 전 비서관”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차 전 비서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부채를 줄일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바이백)도 하루 전날 갑작스레 취소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1조원을 바이백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에 취소하면서 금리가 치솟고, 어떤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를 지켜보면서 공무원으로서 부끄러웠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폭로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신 전 사무관의 주장과 무관하게 청와대는 예산을 포함한 전 영역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하고 조율해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며 “관련 정책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적자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압적 지시는 전혀 없었고, 청와대와의 협의를 거쳐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이 전날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중기 재정 관점에서 국가채무의 큰 흐름을 짚어보는 과정에 나온 의견”일 뿐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어 “4조원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0.2%포인트 증가에 그쳐 크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위반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무단 유출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고 말했다.

손해용·강태화·임성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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