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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애플만 빼고 오른 음원값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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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부터 오르는 ‘음원값’이 국내 음악 서비스 기업에만 적용돼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일부터 바뀐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르면 음악 서비스 회사는 저작권자에게 가는 몫을 올려줘야 한다. 올해부터 저작권자 몫을 기존 60%에서 65%(다운로드는 종전대로 70%)로 5%포인트 더 줘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음악 서비스 회사에 유튜브나 애플 뮤직 등 해외 사업자는 제외돼 있단 점이다. 유튜브는 음악이 아닌 동영상이란 이유로, 애플 뮤직은 음악과 다른 서비스와의 결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규정은 한국저작권협회 등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 4곳이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것이다.

올 들어 저작권료 5%P 오르자 #국내 음악서비스업체 요금 인상 #같은 사업하는 해외업체는 예외 #“국내기업 역차별, 정부가 시정을”

음악 플랫폼 이용 순위

음악 플랫폼 이용 순위

하지만 업계는 유튜브나 애플 뮤직이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튜브는 빠른 속도로 음악 서비스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데도 정부와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9월 1000명을 대상으로 음원 서비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악 콘텐트를 이용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은 유튜브(33.5%)다. 3순위까지 합치면 전체 이용자의 68.3%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은 국내 업체와는 달리 한국저작권협회 등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 4곳에 한꺼번에 몰아 비용을 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은 2~3년에 한 번 협회와 계약을 갱신하는데, 이때 일괄적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영상이란 이유로 음원 저작권료보다 낮은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 뮤직에 대해서도 국내와는 다른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애플 뮤직은 이용자 수가 많진 않지만,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라는 서비스 내용이 국내 업체의 서비스와 동일하다. 하지만 정산 방식은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악 서비스 회사는 ‘정상가’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데 비해 애플 뮤직은 ‘판매가’를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한다. 애플 뮤직은 현재 3개월 무료 체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3개월 동안 판매가가 0원이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에 비해 국내 음원 업체들은 ‘정상가’가 기준이어서 할인 프로모션을 할 경우 배(수익)보다 배꼽(저작권료)이 더 크다.  예를 들어 현재 멜론의 ‘MP3 50 ’ 상품(재생 및 다운로드)은 정상가 1만9000원에 할인 가격이 1만2900원(2개월 프로모션)이다. 그러나 저작권료로 지불하는 비용이 1만3100원이어서 200원을 손해보고 팔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국내 음악 서비스사는 비용 부담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할 수 없고, 해외 기업은 할인 행사를 하면 오히려 비용 부담이 줄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해외 기업만 마케팅하기에 유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국내 업계는 오른 저작권료로 인해 당장 1일부터 서비스 이용 요금을 인상했다.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멜론의 경우, 무제한 듣기 서비스는 가격을 동결했지만, 무제한 듣기에 30곡을 다운받을 수 있는 ‘MP3 30+’상품의 가격은 1만3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지니뮤직도 PC와 스마트폰에서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요금을 7800원에서 8400원으로 인상했다. 단,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가입한 사람은 기존 가격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만 비용 부담이 증가해 경쟁력이 약화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글과 애플로부터 저작권료를 받는 한국저작권협회는 “협회와 해외 사업자 간 체결한 이용허락 계약서에 따라 계약 내용은 3자에게 노출할 수 없다”며 해외 사업자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 규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초창기 해외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이유로 역차별 문제를 등한시하다가 갑자기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불공정한 경쟁이 굳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그라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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