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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5000득점 박철우 "제게 주어진 훈장 같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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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서브에이스로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삼성화재 박철우. [연합뉴스]

31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서브에이스로 통산 5000득점을 달성한 삼성화재 박철우. [연합뉴스]

"이상하게 기록이 걸리거나 누구 생일이면 경기가 안 풀리더라구요."

삼성화재 아포짓 박철우(33)는 12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18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날까지 4993점을 기록했던 그는 이날 31점을 올려 통산 5000점을 돌파했다. 여자부에선 황연주(현대건설)가 최초로 달성했고, 남자부에선 5000득점을 올린 건 박철우가 처음이다. 하지만 박철우는 웃을 수 없었다. 팀이 1-3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이날 경기를 이긴다면 3위를 탈환할 수 있었기에 박철우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경기 뒤 만난 박철우는 "너무 감사한 기록이다. 하지만 5000점보다는 올해 마지막날 승리를 거두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날엔 경기가 잘 안 된다. 그것도 일부분"이라며 "남은 경기가 더 중요하다. 새해 첫 경기인 대한항공전에서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2004년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박철우는 곧바로 실업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프로배구가 출범하면서 박철우는 원년부터 무려 14시즌(2014-15시즌 도중 입대, 2015-16시즌 제외)을 뛰었다. 박철우는 "3000득점을 달성했을 때 5000점은 굉장히 멀게 생각됐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시간이 쌓아준 기록이고 선물이라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나의 훈장이란 생각도 들었다. 특히 1호 기록이니까 감사하다"고 했다.

군복무 이후에도 박철우가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건 철저한 몸관리 덕분이다. 특히 전역한 뒤 2016-17시즌을 앞두고는 체지방률을 2~3%대까지 낮출만큼 강행군을 했다. 박철우는 "그 당시엔 몸이 무거워서 89㎏까지 줄였다. 그랬더니 2세트만 뛰어도 힘들더라. 지금은 체중도 늘어났지만 근육량을 늘려 부담도 없다. 체중은 94~95㎏, 체지방률은 7~8% 정도. 지금이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만 득점은 생각해봤냐'는 질문을 받은 박철우는 "12~13년을 해야 가능하더라"고 웃으며 "팀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햐 한다.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박철우의 포지션은 아포짓이다. 김요한, 문성민 등도 외국인선수들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했다. 박철우 자신도 언제든 경쟁을 해야한다는 걸 안다. 박철우는 "라이트는 주로 외국인선수들이 많이 뛴다. 감독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어떤 포지션이든 준비할 수 있다. 도전도 준비되어 있다. 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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