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의 날」국민훈장 수상 김선태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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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에는 시력을 잃은 사람들이 14만명 정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쉽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약 2만명정도 될 겁니다』
20일 「장애자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한 실로암 안과법원 (서울등촌동) 원목실장 김선태목사(48)는 맹인에 대한 일반인의 무지를 깨우치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목사는 86년 실로암 안과법원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2천여명의 맹인들에게 무료 시술로 광명을 되찾아준 공로로 이날 훈장을 받았다.
김목사는 6·25때 폭탄파편에 맞아 앞을 못 보는 후천성 맹인.
『어린 나이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하지만 다행히도 신앙의 힘으로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중·고교와 대학교·신학교를 마칠 때까지 점자서적이 많이 보급되지 않아 공부하는데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숭실대 철학과를 마치고 미국에 유학, 신학공부로 목사가 된 김목사는 목회활동을 통해 신도들의 헌금, 독지가의 도움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맹인들을 돕기 위한 실로암 안과법원을 설립했다.
『일반병원에서 개안수술을 하려면 1백20만원정도 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병원비를 부담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 대상으로 거의 무료로 수술을 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병원 운영비는 설립당시와 마찬가지로 교파를 초월한 신도들의 헌금에 크게 힘입고 있죠』
김목사는 새벽4시면 일어나 1시간30분동안 앞못보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 뒤 다시 1시간동안 외국어공부를 하고 오전7시면 병원에 나와 바쁜 일정을 시작한다.
『맹인환자들을 접하면서 안타깝고 힘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술이 성공하여 시력을 되찾은 환자가 퇴원할 때의 발걸음 소리는 어떤 음악소리보다 내 가슴에 기쁘게 울림니다』
김목사는 후원금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그들을 돕지는 못하더라도 맹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따뜻이 대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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