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고…애타고…아시아新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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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외나무 다리. 호랑이와 사자가 맞부딪쳤다. 호랑이 기아는 이종범의 발톱, 장성호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으르렁거렸다. 사자 삼성은 선봉에 선 이승엽의 외침이 허공에 맴돌았지만 마해영.양준혁이 뒤를 받치며 호랑이의 공세를 막아냈다.

기아와 삼성의 맞대결이 점입가경이다. 23일 기아가 기선을 제압하자 24일 더블헤더에서는 삼성이 1승1무로 앞섰다. 세번의 대결에서 1승1무1패. 자웅을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이제 25일 또 한번의 맞대결을 벌인다.

삼성은 1차전에서 8회초까지 6-5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끈기의 기아는 8회말 장성호가 짜릿한 동점 솔로홈런을 때려 6-6으로 비겼다. 삼성은 2차전에서 2-4로 뒤지던 6회초 2사 2루에서 마해영의 동점타와 양준혁의 역전 2점홈런이 연달아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삼성은 구위가 살아난 노장진의 마무리 역투를 발판으로 5-4로 승리,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양준혁은 2차전에서 시즌 31, 32호 홈런을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과 기아는 74승48패로 공동 2위를 기록,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승부에서 기아(5무)가 삼성(4무)보다 1무가 많을 뿐이다.

국내 프로야구 홈런 신기록(55호)에 도전한 이승엽은 1, 2차전 여덟번의 타석에서 5타수 무안타(3볼넷)의 부진으로 홈런을 추가하는데 실패했다. 이승엽은 기아 투수들이 1차전에서 초반 세 타석 연달아 볼넷을 내주자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승엽은 2차전 첫 타석에서 어이없는 스윙으로 삼진을 당하는 등 타격 밸런스가 눈에 띄게 무너졌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라는 오사다하루(왕정치)의 충고를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었다.

기아 이종범은 1차전 1회말 2루 도루에 성공, 전준호(현대)에 이어 프로야구 두번째로 통산 4백도루 고지에 올랐고, 곧바로 홈을 밟아 통산 7백득점을 달성했다.

5위 한화는 수원에서 1위 현대를 10-4로 꺾고 4위 SK에 2승 차로 다가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다시 살렸다. 홈런 2위 심정수(현대.52개)는 네번의 타석에서 볼넷 두개를 포함,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태일 기자, 광주=김종문.수원=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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