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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신 특감반장 임명, 검찰도 어려운 비리추적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양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의 환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종양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의 환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 [연합뉴스]

박완기(48) 전 외교부 감사관이 신임 공직감찰반장(옛 특감반장)으로 임명되자 전임 이인걸(45) 감찰반장의 친정인 검찰과 박 반장의 전임지였던 외교부 등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비검찰 출신인 감사원 인사가 비위 첩보를 선별해 민정수석 등 윗선에 보고하는 감찰반장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박완기 전 외교부 감사관 신임 특감반장 임명 #"성차별 의도 없지만 장관 뜻" 과거 감사 논란 #김태우 수사관 논란 뒤, 靑 검찰 출신 배제 #檢 "이번 정부선 특감반에 검찰 출신 못갈 듯"

청와대에서는 검찰 인사 중심의 감찰을 탈피하겠다는 차원이라며 "감사원 출신도 안정적인 감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냈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감사원의 업무와 여권 핵심 인사의 비위 첩보까지 캐야하는 특감반의 업무 성격은 다르다"며 "박 감사관이 특감반을 이끌어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 말했다.

검찰 내부 "이번 정부에서 특감반과 인연 끝나" 

이번 인사 이후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과 특감반의 인연은 끝났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두고 언론에 연이은 폭로 발언을 하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과, 정보 제공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특감반원 모두가 검찰 수사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는 검찰에 대해 이미 불신을 갖고 출범했는데 그 불신이 더욱 커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청와대를 공격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27일 대검찰청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감찰 결과를 설명하려 기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대검은 골프 접대와 인사청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김 수사관에겐 중징계를, 정보 제공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다른 수사관들에게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27일 대검찰청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감찰 결과를 설명하려 기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대검은 골프 접대와 인사청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김 수사관에겐 중징계를, 정보 제공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다른 수사관들에게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 감찰반장의 업무가 고발 없이 인지수사를 하는 특수부와 유사한 고난도 업무라 "공안검사였던 이 전 특감반장 임명 때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수통도 만만치 많은 비리 첩보 추적을 수사 경험이 없는 감사원 출신의 박 반장이 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박 반장은 특별조사국과 전략감사단 등 감사원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이미 업무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고 했다. 감찰반의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물의를 일킨 검찰 출신을 다시 앉힐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실적은 떨어질 수 있지만 탈검찰 기조라는 큰 방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무리한 별건 감사 밀어붙인 인물" vs "공관장 갑질 척결 성과"

박 반장의 임명을 두고 가장 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외교부다. 최근 김 수사관의 폭로에서 불거진 '별건 감찰' 논란의 중심에 외교부가 있고, 당시 박 반장이 감사 업무를 총괄했기 때문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감사관을 맡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 드는 인물"이라며 "그의 감사에 반발해 일부 외교부 직원이 징계 대상자를 위한 탄원서를 올리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박 반장이 외교부 감사관으로 재직한 기간 별건 수사로 중징계를 받았다가 이후 소청심사위원회의 감형 결정으로 복직한 외교부 간부의 사례가 있었다. 다른 간부는 지난해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뒤 경징계를 받았지만 사실 관계의 다툼이 있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반장은 "성차별적 의도가 있는 발언이라 단정하기 어려우나 관련 발언이 언론에 보도됐고 과거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은 전력이 있다"며 징계 사유를 밝혔다. 별건 감찰이라는 지적이 일었고 외교부 여직원들 수십명이 내부 게시판에 "여성 직원들을 더 우대해준 상사였다"고 탄원서를 내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넘기고 있다. 야당에선 31일 운영위원회에 출석할 임 실장에게 특감반 비리 관련 의혹을 철저히 캐묻겠다는 입장이다.[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머리를 넘기고 있다. 야당에선 31일 운영위원회에 출석할 임 실장에게 특감반 비리 관련 의혹을 철저히 캐묻겠다는 입장이다.[연합뉴스]

결국 해당 간부는 1년여간 한직에 머물다 올해 8월 주요 공관의 총영사로 발령나며 명예회복을 했다. 당시 박 반장은 "징계 결정은 최종 인사권자인 장관이 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해명 요구에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교부도 "언론에 다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감찰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또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박 감사관이 재직 기관 해외 공관장의 각종 갑질 피해를 철저히 감찰했고 성비위·막말 공관자들의 검찰 기소도 이끌어냈다"며 "일부 간부들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원리원칙에 따라 감사를 진행했던 인물"이라 했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최교일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최교일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31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수사관의 폭로와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캐묻겠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소속단에서 활동 중인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완기 감찰반장의 임명에는 현 정부의 외교부 '적폐 축출'을 앞장선 것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며 "내일 운영위에서 신임 반장 임명이 적절했는지도 철저히 따질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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