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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가뭄’ 단비 될까… 에너지 업계 “재생에너지 산업서 2030년까지 최대 58만개 일자리 창출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자리 참사 수준에 이른 ‘고용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이 제시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토론회’에서다.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토론회에'서 박진호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가운데)와 조현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토론하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토론회에'서 박진호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가운데)와 조현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토론하고 있다. [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탈원전 추세에 따라 국내 원전 산업 인력은 해외 원전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현재 3만8800명에서 2030년 2만7000명으로 감소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관련 일자리가 주는 대신 원전을 수출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일자리를 확충하면 고용 가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본부장은 “일자리에도 석유ㆍ석탄 같이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의 시대가 저물고 풍력ㆍ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 11만~19만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건물 효율성 관리 같은 스마트 에너지 산업에서 38만개 등 최대 58만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기존 대규모 방식이 아닌 중소규모 방식이라 일자리 파급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토론회 #"재생 에너지 산업 전환 따른 일자리 창출 세계적 추세" #국제재생에너지기구, 2030년 2400만명 종사자 확대 전망 #"100조 들여 만드는 '가성비' 낮은 일자리" 지적도

조 본부장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겨날 일자리는 기존에 없었던 유형이 많다. 그는 “현재 국내에선 보일러ㆍ전동기 같은 동력원을 만들어 판매하면 끝나는 제조사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며 “향후 건물의 에너지 효율만 관리하는 전문 회사가 등장하는 등 후방 산업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학 전자부품연구원 에너지IT융합센터 센터장은 “에너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개인간 에너지 거래 자유화 등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려면 경쟁국보다 먼저 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생에너지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세계적 추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 종사자 수는 1034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982만명) 대비 5.3% 늘었다. IRENA는  2030년 2400만명, 2050년 2880만명으로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만 에너지 산업에서 650만여명을 고용해 전년 대비 13만3000여명 늘었다.

재생에너지 중에선 태양광 발전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 100메가와트(MW) 전력 생산시 창출되는 고용 효과는 가스발전 50명, 석탄화력 190명, 원자력 500명인데 태양광은 1060명 수준이다. 원자력은 첨단 기술자 중심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태양광은 공간과 기술 제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미국 원자력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337만명을 고용해 재생에너지 고용 중 32.5%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20%로 확대)’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4만6000명 ▶에너지신산업 2만8000명 ▶원전 해체산업 3500명 등 7만7000개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산업 후발주자인 한국에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업성이 좋은 미국 등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한국이 같을 수 없다”며 “한국은 제조ㆍ설치보다 관리 일자리가 많아 (전망보다)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졸 취업률은 66.2%다. 2011년 이후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100조원을 투자해 최대 일자리 58만개를 만들어내는 것을 두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일자리 창출 성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원전 관련 일자리보다 질 높은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자리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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