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기개혁 통해 사회개혁 이뤄야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원불교는 올해 교단창립 제3대를 열었다. 소대산 박중빈 대종사가 1916년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 낙원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창교한 지 만72년이 지나 대종사가 말한 두 번에 걸친 36년간의 결실기를 지나 인류구원의 대도로 나아갈 결실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8일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준비에 바쁜 원불교 교단 행정 총 책임자 이철행 교정원장은 『인류는 자연과 사람속에서 살아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천지에 크나 큰 은혜를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보은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게 될 때 인간은 소아를 벗어나 대아를 이루고 세계는 화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교단 제3대를 열면서 원불교인들은 어떤 다짐을 하고 있는지요.
▲자기개혁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진리공부를 충실히 하는 것」으로 얻어질 수 있다고 표현합니다만 다른 종교도 구경에 가서는 같은 뜻을 가질 것이라고 봅니다.
교단적으로는 창교 72년간 어느 정도 외형적 골격을 갖추었으니 내적 충실을 이루자는 목표도 됩니다. 교리와 이념을 더 깊이하고 훌륭한 교역자를 양성하고 교단체제도 개선해서 종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세계종교로의 도약을 위해 해외포교를 강화하고 종교연합운동(UR)의 실현을 위해 힘쓸 작정입니다.
- 법신불 일원상은 원불교의 진리를 상징하고 있는데 원불교의 진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습니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일원상은 진리를 향하는 상징으로 원불교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이 됩니다. 원불교의 진리는 우주만유가 다 부처 아님이 없으니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갖고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 대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시랑과 평등을 말하는 것이지요.
수행의 표본으로서 일원상은 무시선, 무처선의 정신으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공부하여 원만한 인격을 양성하는 마음가짐을 뜻합니다.
- 원불교는 민족종교로서는 손꼽히게 착실히 교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어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민족사적 전환기에 처해 있는 우리 사회를 위한 교단적 발언과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불교는 사회를 강·약이 대결하는 갈등구조로 보지 않고 상호보완하는 구조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근본정신아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갈등을 드러내기보다는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명백히 잘못된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 말한 교단 제3대에서 우리가 사회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에는 봉공의 정신으로 봉사와 개혁을 함께 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교도들에게 진실이 무엇인가를 알게 할 것이며 교인들은 그 진실을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원불교의 진리에 입각하여 사회참여를 하는 교인들을 우리는 적극 지원할 생각이고요.
- 문익환목사의 방북으로 통일접근에 대한 국론이 흔들리고 있는데 통일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시는지.
▲국민은 나라의 법을 지켜야 합니다. 반면 국가는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려 하지 말고 툭툭터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살려나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의 힘이 합쳐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힘이 합쳐질 수 있는 지혜를 살려나가야 합니다.
통일을 위해 남북간에 우리 교리가 말하는 바의 은혜와 보은의 정신이 자리잡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지금 갈라져 있지만 한 민족으로 서로 은혜를 주고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한쪽의 욕심대로 밀고 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계도 하나를 향해 나가는데 같은 핏줄. 같은 조국에 있어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 노사문제는 근본적으로 부의 공정분배와 인간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또 한번 은혜를 강조해야겠군요.
근로자와 경영자가 서로 은혜를 발견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있음으로써 회사가 발전하고 회사가 있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이 유지됩니다. 서로가 은혜를 주고받고 있음을 알고 그 은혜에 보답하려 할 때 진정한 노사관계가 맺어집니다.
통일문제나 노사문제에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원불교를 창교하신 소대산대종사님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이룬다」는 「이소성대」를 말했습니다.
그것은 경제원칙이면서 생활철학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얻고 싶은 것을 짧은 시일안에 속히 이루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잦은 걸음으로는 먼 길을 갈 수 없으며 쉽게 달구어진 쇠가 쉽게 식는 평범한 진리를 모를 때 생겨나는 잘못입니다. 마을입구에 서서 마을을 지키는 몇 백년된 거목은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워 눈·비·바람을 겪고 폭염과 혹한을 견디어내고 자란 것입니다.
통일과 노사문제는 급할수록 더 차근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것을 지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구하고 실천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원불교는 「불법시생활 생활시 불법」이라고 하여 불법으로 생활을 빛내고 생활속에서 불법을 찾으라고 합니다.
불법이 진리·지혜라고 한다면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천지만물의 시종본말과 인과보응의 이치를 찾으려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천지만물을 부처님대하듯 하고 생활속에서 공부하기 힘쓰면 깨닫게 될 것이라고 원불교인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이리=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