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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낮고 폐경 늦고…여성 유방암, 갑상샘암 제치고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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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방암이 급증해 여성암 발생 1위가 됐다. 위·대장 등의 주요 암이 감소하지만 유방암만 증가한다. 초경이 빨라지고 출산율이 줄면서 여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사업과장은 “대부분의 선진국 여성 암 1위가 유방암인 것처럼 한국도 닮아간다”고 말한다.

만혼에 모유 수유 적은 것도 영향 #남성은 전립샘암이 4위로 올라서 #암 환자 5년 생존율 70% 돌파 #암 걸릴 확률은 남 38% 여 33%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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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는 27일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를 공개했다. 특징은 여성 유방암과 남성 전립샘암 증가다. 2016년 10만9112명의 여성이 암에 새로 걸렸는데, 이 중 유방암이 2만1747명으로 19.9%를 차지했다. 2005년부터 부동의 1위던 갑상샘암(18.8%)을 11년만에 밀어냈다.

전체 암 발생률은 계속 증가하다 2011년 이후 매년 3% 감소한다. 위·대장·간·폐·자궁경부 등의 주요 암이 감소세를 주도한다. 그런데 유방암은 99년 이후 줄곧 증가한다. 특히 2005년 이후 연평균 4.5% 증가한다. 이유는 여성의 삶과 생활습관 변화 때문이다.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진다. 또 만혼과 출산율 저하, 첫 임신 연령 증가, 모유 수유 감소 등이 겹쳐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유방암이 증가한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암 환자가 2011~2014년 급격히 줄었다. 무분별한 검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순위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10위 암 순위는 유방-갑상샘-대장-위-폐-간-자궁경부(입구)-췌장-담낭 및 기타 담도-자궁체부(안쪽)이다.

조기 검진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조기 검진을 많이 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성남시 분당구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 분당구는 유방암 검진율이 3위, 강남구는 10위, 서초구는 28위다(질병관리본부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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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전립샘암이 간암을 제치고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이은숙 센터장은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암이 전립샘암이다. 고령화가 진행하면서 전립샘암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암은 위-폐-대장-전립샘-간-갑상샘-담낭 및 기타담도-방광-신장-췌장 순이다.

국립암센터는 한국 남성이 기대수명(79세)까지 살면 38.3%가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5명 중 약 2명꼴로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여성(85세)은 33.3%다. 남녀 구분 없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36.2%가 암에 걸린다. 미국과 비교하면 다소 낮다. 미국 남성은 39.7%, 여성은 37.6%다. 2016년 새로 암에 걸린 사람은 22만9180명이다. 남성 12만68명, 여성 10만9112명이다. 2015년에 비해 1만2638명(5.8%) 증가했다. 2015년 메르스 때문에 의료 이용을 늦춘 게 2016년 증가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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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5년 생존율도 처음으로 70%대를 돌파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0.6%였다. 10여년 전(2001~2005년)에 진단 받은 암환자(54.0%)의 1.3배로 상승했다. 유방암은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생존율은 92.7%로 매우 높다. 전립샘암은 93.9%다. 갑상샘암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아 100.2%로 나온다. 위암은 75.8%, 대장암은 76%다. 다만 간암(34.3%), 폐암(27.6%), 췌장암(11%)은 여전히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이 센터장은 “본인이 담배를 피우지 않을 뿐더러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해야 한다”며 “하루 한두 잔의 소량의 음주도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채소·과일을 충분히 먹고 음식을 짜지 않게 먹으며 주 5회 이상(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할 것을 권고한다. 체격에 맞게 체중을 유지하고 암 조기 검진을 빠짐없이 받아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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