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기업들 마케팅 전쟁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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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고전이 열렸던 1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트슈타디온의 한국팀 응원석. 붉은악마 응원단의 뒷자리에도 티셔츠와 응원도구를 갖춘 300여 명의 단체 관람객이 자리 잡았다. 한국코카콜라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뽑아온 '붉은 원정대'였다. 항공권과 토고전 관람을 포함한 3박5일의 여행 경비를 모두 코카콜라 측이 제공했다. 프랑스.스위스전까지 이 회사가 선발한 인원은 999명. 코카콜라 측은 이번 행사에 90억원 가량 투자했다.

◇독일은 마케팅 전쟁터=지금 독일에는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월드컵 특수를 노린 자사 브랜드 홍보 때문이다. 이번에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스폰서가 된 기업은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비롯, △ 코카콜라 △ 버드와이저 △ 야후 △ 질레트 △ 맥도널드 △ 어바이어 △ 마스터카드(이상 미국) △ 아디다스 △ 콘티넨탈 △ 도이체텔레콤(이상 독일) △ 에미레이트항공(아랍에미리트) △ 도시바 △ 후지필름(이상 일본) △ 필립스(네덜란드) 등 15곳이다.

이 중 월드컵 마케팅의 '원조'격인 기업은 코카콜라.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때 관람객에게 자사 음료를 나눠주면서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코카콜라는 월드컵 본선 직전 각 대륙 28개국에 진품 트로피를 순회 전시하는 행사를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선수들이 타고다니는 버스와 유력 인사들을 위한 에쿠스.그랜저.쏘나타 승용차를 지난달 FIFA에 전달했다. 버드와이저는 경기마다 최우수선수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고, 맥도널드는 선수들이 입장할 때 함께 나오는 어린이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지원한다.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는 아디다스가 제공한다. 월드컵 입장권에는 개인 정보가 담긴 전자입장권이 통용되는데, 필립스가 이 입장권에 스마트칩을 내장했다. 이 칩으로 암표를 막을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명물이 된 마인강의 대형 전광판도 필립스가 세웠다. 도시바는 이벤트 추첨 등에 필요한 행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케팅 효과는 현대차만 9조원=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이 FIFA에 지급한 후원금은 회사당 평균 3500만 달러.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된 82년 스페인 월드컵 당시 9개 공식 후원사가 낸 후원금 총액 1900만 달러에 비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액수다. 그럼에도 공식 후원사 자리는 2년 전 지역 예선전이 열리기도 전에 모두 팔렸다. 그만큼 기업들은 홍보 효과가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2년 때도 공식 후원사로 나선 현대차는 그 당시 얻은 홍보효과를 6조2000억원으로 봤다. FIFA가 집계한 전세계 시청자 수 280억 명(연인원)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다. FIFA는 이번 월드컵을 350억 명이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홍보효과는 무려 9조 원이 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한다. 98년 월드컵 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이 10.3% 늘어나는 재미를 본 한국코카콜라는 이번 월드컵 이후 브랜드 선호도가 6%, 매출은 17.6%까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야후는 월드컵 공식 웹사이트인 피파월드컵닷컴(www.fifaworldcup.com)을 운영하면서 FIFA의 각종 공식 통계 등을 제공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만 10억 페이지뷰를 기록했으며 이번에는 그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뒤질 수 없다…국내 기업들 총력전=국내 기업 가운데 공식 후원사는 현대차 밖에 없지만 다른 기업 역시 월드컵 효과를 얻기 위해 현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이미 경기가 열리는 도시 곳곳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했다. LG전자는 독일 대표팀을 모델로 기용한 PDP TV와 휴대전화 광고물을 도로변이나 대형 건물에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브뢰메.마테우스 등 왕년의 독일 유명 축구선수들 부인 다섯 명을 섭외, 자사 LCD TV의 모델로 삼았다. 또 자사 로고와 휴대전화 사진을 그려 넣은 경차를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시내 거리에서 집중적으로 돌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교민들의 단체 거리응원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8일부터 닷새 동안 프랑크푸르트 칼슈타트 백화점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순창고추장 제품과 이를 이용한 음식 등을 홍보했다. 본사에서 파견된 최종호 공장장은 "토고전 승리로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며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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