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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정보 교환·교류 넓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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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과 소련은 이제까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지내 왔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국내 학술팀으로는 처음인 소련 방문을 마치고 15일 일행 5명과 함께 귀국한 한양대 중소연구소장 유세희 교수는 「올림픽 충격」 이후에야 소련인들은 한국을 「발견」한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소련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소장 「티타렌코」)와 지난해 9월 김연준 이사장의 초청으로 「티타렌코」 등 6명의 소련 학자가 내한하여 매년 상호 방문에 의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합의함에 따라 소련을 방문한 유 교수 일행은 소련 학자들과 경제 협력은 물론 그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도 정보 교환과 교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유 교수 일행은 외국인에게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그곳의 원동대학 도서관에 들렀을 때 한반도에 관한 한 북한측 자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어」를 전공하는 이 대학의 소련 학생들은 오히려 한국에 깊은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고.
해마다 「김대」(김일성 대학)에 7명 정도 유학을 가는 이곳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밤12시를 넘겨 기다린 끝에 기어코 유 교수 일행을 만나 보기도 했다.
연해주 일대의 대표적 대학인 원동대학에는 한국 관계 연구자로서 문영길 교수 등 3명이 20여명의 조선어 및 역사 전공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국영 모스크바 TV 방송이 「티타렌코」와 유 교수를 20분 가량 취재하기도 하는 등 관심을 모은 이번 학술대회는 3일간에 걸쳐 한국측 6명, 소련측 12명이 참가하여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나누었다.
한국측은 유 교수가 『한국의 대소 정책』을, 안석교 교수가 『아태 지역에서의 지역 경제 헙력』 등을 발표했고, 소련측은 한반도 통일 및 아시아의 평화 문제, 한소 경제 협력 문제에 초점을 모았다.
그 중에서 논쟁이 벌어진 것은 한소 양국간의 경제 협력과 관련한 외교 관계 설정 문제.
한국측이 외교 관계없는 경제 협력은 투자 심리 위축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소련측은 상호간에 실익이 있는 이상 정치·외교 관계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차를 드러냈다고 유 교수는 전했다.
이는 소련의 북한에 대한 배려와 관련되며 그만큼 한국의 북방 정책은 북한과의 연관 아래 있으므로 앞으로 북한과 중소, 또는 미일 등이 참가하는 「다자간 학술 대회」가 꾸준히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유 교수는 말했다.
한편 「북한의 고립」은 소련과 남북한의 어느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소련 학자가 『오늘과 같은 북한이 결과된 데는 소련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발언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고.<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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