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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8곳 임원 사퇴 종용…블랙리스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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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은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한국당 “특감반 관여” 문건 공개 #“문 캠프 출신 자리 만들어주는 것” #청와대 “조국, 보고 받은 적 없다” #한국당 ‘환경부 문건’ 공개 파장 #“문 캠프 인사 낙하산 자리 만들기” #작년 작성 1월 청와대에 넘긴 듯 #제보자, 특감반 직원으로 알려져

한국당은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동향’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공공기관 임원 사퇴 등 현황’이란 소제목이 달려 있다. 바로 아래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의 용도가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본문에는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 8개 기관의 임원 24명의 신상과 임기 등을 ‘기관명-직위-성명-임기-현재 상황’ 순으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사퇴에 반발한 것으로 분류된 이는 한국환경공단 전 상임감사 김모씨와 경영기획본부장 강모씨 등 2명이다. 문건에서 김씨는 ‘새누리당 출신’, 강씨는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출신’이라는 임명 배경이 적혀 있다.

문건 아래에는 각주 형태로 사퇴에 반발하는 이들의 동향을 함께 기재했다. 김 전 감사에 대해서는 “최근 야당의원실을 방문해 사표 제출 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강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 인사와의 친분을 주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환경부 간부, 사표 잘 받아내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보고”

김용남 전 한국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용남 전 한국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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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감사는 문건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김 전 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표를 쓰라고 직접 종용을 받지는 않았다”면서도 “새해 벽두부터 인근 다른 공기업에서 구여권 출신은 사표를 내게 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내부에서도 시끄러워서 도저히 조정이 안 돼 4월(임기는 9월)에 나왔다”고 말했다.

문건에는 사퇴에 반발하지 않은 이들의 동향도 일부 적혀 있다. ‘후임 임명 시까지만 근무’로 분류된 김모 전 환경산업기술원 사업본부장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직원 폭행사건으로 고발돼 재판 진행 중”이라고 기재했다. 24명 가운데 14명은 ‘사표 제출’, 3명은 ‘사표 제출 예정’으로 정리돼 있었다. ‘공석’ ‘현정부 임명’ 등으로 정리된 목록도 존재한다.

한국당은 환경부가 이 문건을 작성해 1월 청와대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남 전 한국당 의원은 “문건을 제보한 이가 1월 15일 전후로 환경부 간부에게 문건을 직접 받았다고 들었다. 환경부에서 문건을 보고하며 ‘저희가 사표 잘 받아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블랙리스트”라며 “청와대가 캠프 출신이나 자기 쪽 사람들 일자리 만들기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점검하며 각 부처로부터 받은 내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건의 작성 시기는 지난해 11월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11월 임명된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임 이사장이 명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건에는 지난해 11월 이전 상황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대목도 있다.

문건을 한국당에 제보한 이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제보자가 김태우 수사관인지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용남 전 의원은 “해당 문건이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까지는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에게까지 보고된 건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교일 의원은 “누가 봐도 블랙리스트다. 이런 업무가 대통령비서실 직제상 특감반 업무에 포함되기도 어렵다”며 “빈자리에 선거 캠프 출신들을 낙하산으로 임명하기 위해 규모가 큰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산하 기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은 것인지 전반적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조국 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이 자료를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동진 환경부 대변인은 “문건 작성을 환경부가 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문제에 환경부가 입장을 표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영익·안효성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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