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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장세ㆍㆍㆍ주범은 증시루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증시 종합주가지수가 12일 하룻동안에 27·53포인트나 폭락하더니 하루만인 13일에는 23·52포인트나 폭등, 투자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룻새에 경제여건이나 정국에 혁명걱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만큼 미친듯이 곤두박질 쳤다가 순식간에 다시 치솟는 증시주가의 속성에 누구나 회의를 품게 하고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증시의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것이 증시에 나도는 온갖 신기루 같은 루머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번의 주가폭락·폭등때만 해도 12일 주가가 무너질때는 현대중공업분규, 문목사 귀국후의 정국불안정, 5· 1총파업과 관련한 노학연계투쟁설, 통안증권 강제 배정설,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설 등 온갖 나쁜 루머들이 그럴듯하게 전파돼 투자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다음날에는 반대로 투신사에 6천억원규모 신규 펀드허용설, 노대통렁 시국관련 중대 발표설, 증권주에 대한 신용거래허용설, 통안 증권 강제배정 보류설, 문목사 귀국후 정국 안정설, 현대중공업 정상조업 호재설 등이 호재로 퍼지면서 투자심리를 자극, 장세를 끌어 올렸다.
강세가 바뀌면서 새로운 루머들이 쏟아져 나오는가하면 똑같은 얘기가 악재로 .작용했다가 호재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래서 우리 주식시장은 온갖 근거 없는 루머들에 좌지우지되는 별세계라는 말을 듣게돼 있다.
이번뿐이 아니라 정국이 불안하고 주가가 빠질수록 증시는 굵직한 정치·경제·사회적 사건이나 기업관련 루머가 난무하고 그에 따라 춤을 춘다.「군부 쿠테타설」「위수령 발동설」「고위당직자 교체설」「유·무상 증자설」 등….
경험이 없는 투자 초심자들은 도깨비처럼 동서에서 번쩍이는 루머에 따라 종목을 선택하다보면 증권사만 좋은 일 시켜주고 본인은 빈깡통 차기가 십상이다.
그만큼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라 투자하기보다는 루머에 따라 일확천금을 노린「투자」아닌「투기」가 성행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증시에서 루머가 약방의 감초처럼 꼬리를 무는 것은 무엇보다 주식투자의 본질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한다.
주식투자는 본질적으로 정액이자를 받는 은행예금과는 달리 기업수지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투기성을 갖는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정보나 기업수지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먼저 손에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유리한 무기를 갖는셈이 되며 그 이용방법에 따라 이해가 엇갈리므로 때로는 근거없는 풍문이 그럴싸하게 포장되게 마련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대체로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자기가 먼저 활용하고 나면 반드시 다른 투자자들에게 튀겨서 얘기함으로써 「정보의 효율극대화」를 꾀하게 마련이다.
예컨대 고위공직자가『부동산투기는 해악이다』고 한마디하면『부동산 투기자는 극형에 처한다더라』로 엄청나게 둔갑되는 곳이 증권시장의 생리다.
특히 한국사회가 정보가 독점돼있는 페쇄사회이다 보니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의 고갈로 비공식척인 커뮤니케이션이 행세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싼값에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도 증권사나 기업의 임직원들 사이에 내부자거래가 성행하고 정책입안·감독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부정책을 앞질러 아는 등 정보가 과점되어 있으니 루머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태와 관련, 증권사 객장에는 지난 4일부터 울산지역의 위수령설이 심심찮게 나돌았으며 심지어 울산사태가 제2의 광주사태로 비화될 것이라는 악성루머가 나돌았다. 이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지난 6일에도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0포인트가까이 떨어지는 폭락장세를 보였다.
루머가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은 불가능하지만 주가와 루머는 맞물려있어 그것이 사실로 밝혀질 때까지 단기적으로1∼2주일간은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렇지만 루머가 장기적으로 장세의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한다는 증시의 경험을 투자자들은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
정확한 정보의 습득이 무엇보다 중요한 증권시장에서 루머가 없는 이상적인 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악성루머의 경우 주가의 폭등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로부터 사회불안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요소도 엄청나다.
아무리 증권시장이 모든 정보의 총집합체이고 루머의 본원지라곤 하지만 루머에 휩쓸린 뇌동매매보다는 자기판단과 책임아래 투자하는 풍토의 정착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아쉬운 때다.<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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