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선배는 황금발" 부평고 후배들 열띤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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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가족들은 13일 밤 토고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이들은 한국이 후반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자 떠나 갈 듯 환호를 터뜨리며 남은 경기의 선전도 기원했다.

이영표 선수 가족 20여 명은 경기도 군포시 어머니 박정순(69)씨 집에 모여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했다. 박씨는 "영표가 다치지 않고 잘 뛰기를 매일 기도했다"며 "남편이 살아 있다면 아들이 독일 월드컵서 뛰어 토고를 이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뛸 듯이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선수 부인 도미형(30)씨도 5살 딸과 10개월 된 아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에서 친정 부모와 함께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남편의 선전에 박수로 화답하며 목이 쉬도록 응원에 열을 올렸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운재 선수의 부인 김현주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한국팀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계속 잘 싸워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창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극전사 중 유일한 제주 출신인 최진철 선수의 부모는 "태극전사들이 방심하지 말고 오늘과 같은 기세로 잘 싸워 세계에 한국의 자랑스런 기상을 떨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시 용담동에 사는 최 선수의 아버지 최기수(65)씨와 어머니 양의자(65)씨는 이날 일찌감치 돼지 한 마리를 잡고 맥주 등을 준비해 함께 집에서 응원한 주민 30여 명과 축하파티를 열었다.

승리의 함성은 태극전사들의 모교에서도 울려퍼졌다.

박주영 선수의 모교인 대구 청구고는 한국팀의 역전승을 자축하느라 운동장을 가득 메운 전교생과 교직원 1500여 명이 경기가 끝나고도 좀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13일 등교한 후배들은 페이스페인팅에 붉은 악마 뿔 등을 한 채 악대부 반주에 맞춰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청구고 백장흠 교장은 "내친김에 태극전사들이 프랑스.스위스도 물리쳤으면 좋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규.백지훈 두 선수를 배출한 안동고도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며 승리를 알렸다. 재학생들은 이날 평소와 달리 2시간 앞당겨 오후 9시 자율학습을 끝내고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채 응원에 나섰다.

송의호.이찬호.정영진.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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