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歎息<탄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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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호 33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날숨과 들숨을 합치면 호흡(呼吸)이다. 그렇게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동작을 가리키는 글자는 식(息)이다. 탄식(歎息)은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이다. 여기서 歎(탄)은 嘆(탄)으로도 쓴다.

같은 의미의 단어가 태식(太息)이다. 크게(太) 호흡한다는 뜻이다. 달리 장식(長息)으로도 적을 수 있다. 길게 하는 호흡이다. 그 흐름을 한데 엮어 만든 장탄식(長歎息), 장태식(長太息)도 모두 마찬가지다. 순우리말로는 ‘한숨’이다. 불안이나 기쁨 등 감정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들숨이자 날숨이다.

감탄(感歎)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크게 느끼는 뭔가가 있어 나오는 반응이다. 상대의 지식이나 재주 등을 인정할 때는 탄복(歎服)이다. 감탄을 넘어 상대의 식견이나 품성 등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 즉 승복(承服)에까지 이르는 경우다.

그와 비슷한 맥락의 조어는 제법 많다. 우선 경탄(敬歎)이다. 존경의 뜻까지 품었다. 경탄(驚歎)은 놀라면서 쉬는 한숨이다. 대개 상대의 놀라운 변화를 표현할 때 쓴다. 찬탄(讚歎)은 그런 상대방을 예찬하면서 나오는 한숨이다.

영탄(詠嘆)은 놀라움과 기쁨의 정서 등을 토대로 사물이나 인물, 경치 등을 읊는 일이다. 시나 글 등으로 그런 정서를 표현할 때다. 그렇게 뭔가에 놀라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들은 보통 탄성(歎聲)으로 적는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좋은 감성에 젖는 경우다.

아쉽게도 한숨이라는 행위는 상황이나 상대가 한심하게 여겨져 나올 때가 더 많다. 형편이 퍽 어려워 보여서, 또는 꼴이 말이 아니어서, 제가 기대하는 수준과는 동떨어져서, 대상 자체가 말이 아닌 경우여서 한숨 나올 적이 참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개탄(慨歎)이다. 분하기도 하고, 걱정스러워 나오는 한숨이다.

비탄(悲歎)은 몹시 슬퍼서 내뱉는 탄식이다. 탄식의 종류로서는 슬픔을 표현하는 정도가 아주 높은 단어다. 애탄(哀歎)도 비슷하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에 젖을 때 가능한 표현이다.

한탄(恨歎)이라는 말도 자주 쓴다. 상대를 향하는 깊은 원한, 또는 저 스스로 품는 아주 진한 회한(悔恨)으로 인해 나오는 한숨이다.

올해 우리가 쉬었던 한숨은 어떤 종류가 많았을까. 나라의 형편을 보면서 든 한숨은 감탄이었을까, 아니면 개탄이었을까. 내 삶 속의 찬탄은 또 얼마였고, 비탄은 또 얼마였을까. 그저 바라건대, 새로 맞이하는 봄은 경탄 속에 맞이할 수 있기를….

유광종 중국인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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