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목사 귀국…공항서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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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일간 평양을 방문했던 전민련 고문 문익환 목사가 13일 낮 NWA기 편으로 방북 일행인 유원호씨와 함께 김포공항에 도착, 귀국했다.
공안 합동 수사본부(본부장 이건개 대검 공안부장) 는 13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문 목사와 유씨를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구속영장을 집행 수감했다.
NWA항공사 측은 한국 공항 측에 미리 계단 차를 준비해 두도록 요청, 문 목사와 유씨는 출구를 통하지 않고 항공기가 계류장에 잠시 대기하는 동안 계단 차를 통해 수사관에 의해 승용차에 태워졌다.
이날 문 목사 환영 위원회 등 재야·종교단체 인사 등이 문 목사를 맞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가려다 중도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아 뜻을 이루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공항에 도착한 20∼30명도 문 목사가 공항 구내에서 곧바로 연행·구속되는 바람에 큰 충돌없이 모두 해산했다.
문 목사 등에게는 국가 보안법상의 잠입·탈출·회합·통신·고무·찬양죄 등이 적용됐다.
문 목사는 3월20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한 뒤 일본에서 유씨와 재일 교포 정경모씨를 만나 이들과 함께 3월24일 북경을 경유, 3월25일 평양에 도착함으로써 반 국가단체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으로 탈출하고 반 국가단체 구성원인 김일성 등과 만나 회담하는 등 반 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 통신한 혐의다.
문 목사 등은 또 지난 4월2일 평양 인민 문화궁전에서 북한의 조국 평화 통일 위원회 부위원장 정준기 등과 만나 허담과의 회담에서 채택된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 관한 9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괴의 대남 통일 방안에 동조, 반 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혐의를 받고있다.
문·유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국가 안전기획부가 신청해 이날 오전9시쯤 서울지검공안1부 주대경 검사가 청구했으며 1시간30분만인 오전10시30분쯤 당직판사인 서울 형사지법 임채균 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한편 합수부는 12일 한양대 이영희 교수와 서울대 백낙청 교수 등 2명을 철야조사, 재일교포 정경모씨를 통해 문 목사와 작가 황석영씨의 방북에 관련됐는지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있으며 14일 오전중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동경=방인철 특파원】문익환 목사와 유원호씨 일행이 출국 21일만인 13일 오전10시10분 나리타발 노스웨스트(NWA61)편으로 일본을 떠나 귀국했다.
문 목사 일행은 이날 취재차 나온 기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비밀리에 특별출구를 통해 탑승했다.
문 목사는 12일 오후 귀국에 앞서 발표한 귀국성명에서 이번 북한 방문이 정부 당국의 사전 승인없이 이루어진데 대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한다고 전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저의 고층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하면 즉시 체포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공언에 대해 『감옥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남북 7천만 겨레와 온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개인 문익환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불타는 염원을 오랏줄로 묶는 광경』이라고 말하고 앞서 제안한 노 대통령·김대중 평민당 총재·김영삼 민주당 총재와의 4자 회담을 거듭 촉구하며 구속되지 않을 것을 희망했다.
그는 동경에 있는 동안 이원경 주일 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히고 『사후에라도 승인 없이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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