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유장한 가락으로 생명감 표출|『월정사』-모음·자음 조화된 어감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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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봄비』는 유장한 가락으로 생명감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의미의 정서화다.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직설적으로 돋워 올리지 않고 은근하게 둘러서 말하려고 하였다. 이를테면 암시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 게다.
이러한 초보적 성공 단계를 거쳐 「은유」의 묘와 「상징」이라는 고차원적 시의 길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능과 언어 호흡이 있어 보인다. 말이 무엇임을 이제야 말로 다각적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기 바란다.
『월정사』는 많은 사람들이 보여온 회고적 정취, 그 그윽한 기존 감성에 쉽게 기댄 듯한 느낌을 덜어낼 수는 없지만, ㄴ·ㄹ·ㅁ·ㅇ 같은 받침든 소리들을 홀소리와 무리 없이 조화시킨 어감의 균정성이 돋보인다.
이러한 묘사 솜씨를 보다 시적인 인식의 일로 바꾸면서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 능력으로 길러 나간다면 현대인이 애송할만한 서정시를 3장으로 성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 요구된다.
『증산에서』는 종장이 작품 전체를 다 살리는 경우이리라. 강원도 정선땅으로 가자면 증산역에서 내려 소박한 재래식 기차를 바꾸어 타도록 되어 있다. 그러한 잠깐동안의 마음이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며, 그 때문에 종강과 같은 놀라운 정서적 표현을 잡아챘을 것 같다. 그러나 초장은 많이 동뜬 느낌이 든다. 고쳐 보도록.
『연』은 많이 다루는 주제 혹은 소재. 여간 잘 다루어내지 않고서는 눈길을 끌기 어려운 것이 이러한 주제나 소재다.
이 두수의 연형시조도 그 점을 극복하면서 갖추어낸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히 정성들여 짠 솜씨다. 남이 못 본 구석을 찾아 쓰기 바란다. <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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