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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주민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알아요"외국기자 방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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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통경찰 장 양의 하루>
【평양 AFP=연합】매일 아침 6시면 장송영양(20)은 하늘색 경찰 제복을 차려입고 김일성 배지가 똑바로 달러있는지 점검한 뒤 로봇이 하는 것과 같은 판에 박은 스타일의 교통정리를 하러 거리로 나간다.
장 양은 아시아에서 가장 교통량이 적은 수도인 평양시내의 주요 교차로에서 빨갛고 하얀 경찰봉을 절도있게 휘두르며 간혹 오가는 차량들의 방향을 지시하는 2백명의 젊은 여성 중 하나다.
여러면에서 장 양의 가정생활은 2천만 북한주민의 전형은 아닐지 몰라도 1백만 평양 주민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숙련된 건설 노동자이고 어머니는 미장원의 미용사다. 22세와 11세의 두 남자 형제들은 모두 학생이고 1백3세 된 증조 할머니가 있다.
장 양은 고도로 조직화된 북한 사회에서 5백만명의 선별된 그룹에 속한다.
주석 김일성의 직계 가족과 20만명의 고위관리 등을 포함한 이들「핵심 계급」은 특별상점과 학교·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장 양이 경찰관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는 것과 그녀의 가족이 20층 짜리 안락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가족이「핵심 계급」에 속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들 가족은 또 남한에 친척이 하나도 없는데 남한에 친척이 있다는 사실은 바로 대부분의 노동자를 포함한 1천만명의「동요 계급」, 또는 배급 식량으로 살아가는 4백만명의「적대 계급」에 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장 양의 어머니는 은행에 3천원(1천3백82달러)의 예금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서 연10%의 이자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가정에서는 세 사람이 돈을 벌기 때문에 한 달에 3백60원(1백85달러)의 수입이 있다고 그녀는 국가에서 지명한 통역을 통해 얘기한다.
장 양은 미모에도 불구하고 남자 친구가 없다. 그렇지만 다른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처럼 그녀는 아마도 20대 중반에 결혼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교통 경찰직을 그만 두게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공공업무가 아니면, 또는 핵심계급 중에서도 핵심에 속하지 않으면 여행을 할 수가 없다.
장 양은 가능하다면 북한의 두 맹방인 소련이나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
장 양에게 서울의 이미지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라디오에서 들은 바로는 남한 주민들은 대부분 매우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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