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 사회적 관심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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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는 20일은 장애자의 날. 우리 나라의 장애자들은 아직도 충분한 치료와 재활 혜택을 받지 못 하고 그늘에서 생활 하고있다.
한국 인구보건 연구원이 5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심신 장애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장애자는 85년 현재 91만5천명(이중 56%가 남성) 장애별로 가장 많은 사람이 ▲지체 장애 자(58.5%)다음이▲청각·언어(26.8%)▲정신박약(8·3%)▲시각(6.4%) 장애의 순이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오는 5월 창간 예정인 특수 주간지 장애자 신문 대표 문왕준 씨는 가벼운 증세까지 합해 약 4백만 명이나 될 것으로 추산하고있다.
실제로 85년 서울 신림 3동 재가장애자 사업을 펼쳤던 서울시 남부 장애자 종합 복지관 관계자들이 동네사람들의 귀띔을 받고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집안에 장애자가 없다』며 문조차 열어 주지 않았던 가정도 적지 않았었다.
장애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조기발견과 치료. 그러나 장애자의 상당수가 장애와 관련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신 장애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각·언어 장애자의 51%가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정신 박약은 41.5%, 시각 장애는 28.7%, 지체 장애는 9.8%가 각각 치료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치료받지 못한 장애자가 많다는 것은「집안에 갇혀 지내는」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87년 현재 국내 장애자 시설은 모두 1백4개 소. 1만1천1백41명이 수용돼 있어 나머지 대부분이 재가장애자들이다.
이들 장애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교육 재활은 국·공·사립 할 것 없이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무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장애자를 위한 특수학교는 시각장애 12개 교, 청각장애 20개 교, 정신박약 52개 교, 지체 부 자유 12개 교, 정서 장애 1개 교 등 모두 97개 교. 2천2백12명의 교사에게 1만8천3백90명의 장애자들이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장애자들의 배움은 취업으로 연결되는 비율이 지극히 낮아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자립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전국 심신장애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자 중 취업률은 청각 장애 46·8%,지체 장애 25·5%.『그러나 장애자의 취업 기관이 대체로 영세할 뿐 아니라 임금 수준도 낮아 실질적인 생활보장이 어려우며 전문대 졸 이상의 고학력 장애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더욱 귀해 문제가 많다』고 서울시 남부 장애자 종합 복지관 사회교육과 이혜선 과장은 지적한다.
한국 장애자 재활협회가 낸 88년 심신 장애자 취업 알선사업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구인 업체의 61·5%가 욀 10만∼16만원을 제시하고있으며 취업자 가운데 10만원 미만을 받는 장애·사도 5·2%나 되고 있다.
직종에 따른 차별도 커서 사무 관련직의 경우 2백42명의 장애자들이 이 직종을 원했으나 구인 업체는 46명에 불과할 정도.
장애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아픔은 가족들로부터의 소외. 한국 장애자 부모회 박진규 씨는 『형제들이 부모에게「창피해서 못살겠다」고 불평을 하거나 부모 스스로도 가정 불화의 원인으로 생각, 차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혜선 과장은『장애란 신체 한 부분의 기능이 부족한 것일 뿐 장애자가 곧「장애물」인 것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태아 관리 등 장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보다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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