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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리아 철수 노림수는 이라크ㆍ아프간, 주한미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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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IS)에 대한 역사적 승리 끝에 이제는 우리 위대한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2000여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발표했다. "우리는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했다. 내 대통령 임기 중 거기 주둔한 유일한 이유”라는 등 연이어 트윗하면서다. 이달 3일 "년 790조원(7000억 달러) 미국의 국방비는 미쳤다"며 예산 감축 속내를 드러낸 뒤 처음으로 단행한 조치다. IS 격퇴를 철군 이유로 밝힌 만큼 훨씬 많은 규모가 주둔 중인 이라크(5200명)ㆍ아프가니스탄(9800명)에서 도미노 철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아에서 IS에 대한 승리가 국제 동맹이나 작전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미국과 동맹은 모든 수준에서 다시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IS戰 2000명 주둔, 이라크 5200, 아프간 9800명 #매티스 "시리아, 러시아ㆍ이란에 넘기는 짓" 반대 #터키에 미사일 4조원치 팔고, 쿠르드 동맹군 배신 #"한국ㆍ유럽 방위비 분담금 인상 노림수" 분석도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제임스 매티스국방장관을 포함한 국가안보 고위 관리들이 전면 철군만은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매티스 장관은 “중요한 국가안보 정책을 갑자기 전환할 경우 시리아를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 아래 넘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공약으로 시리아 철군을 약속했다. 지난 4월에도 철군을 단행하려 했지만 “임무 완수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국방부 주장에 마지못해 동의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2014년 이래 5년 동안 미국의 장비 지원을 받아 IS 격퇴 작전에 참여했던 쿠르드 민병대 동맹에 대한 배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시리아 IS에 대한 전승을 계기로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족 자치지역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이들은 이미 시리아 국토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족은 분리주의 테러리스트”라며 소탕 작전을 예고했다. 에르도안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일 내 군사작전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국경을 위협하는 쿠르드 민병대 소탕을 묵인했다는 뜻이다. 다음날 18일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에 35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패트리엇-3 미사일 수출을 승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시리아 쿠르드족 포기가 무기 판매 대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발표에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도 반발했다. 평소 트럼프와 친분이 있는 데다 후임 국방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리 모두 기습을 당했다. 2011년 오바마의 이라크 철수의 실책이 똑같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17만여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전면 철수한 뒤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를 장악했던 걸 비유한 얘기다. 그레이엄은 “만약 오바마가 그랬다면 우리가 모두 격분했을 뿐 아니라 얼마나 나약하고 위험한 짓인지 미쳐 날뛰었을 것”이라며 시리아 철군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앞으로 수년 동안 중대한 영향을 끼칠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트럼프는 시리아 철군의 충격파를 저울질하는 중"이라며 "대이란 전쟁 강경파들은 비탄에 빠졌지만 외교정책 자제론자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 추진을 서두르고 유럽의 부자 동맹국들에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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