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달러화 없으면 생활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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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유노조를 인정하고 자유선거를 실시하게된 폴란드는 정치적인 개혁에 나서게 됐지만 경제적으로는 국내화폐가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등 심각한 경제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요즘 집이나 좋은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는 미 달러가 있어야한다.
수도 바르샤바에선 집을 사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은 옛 얘기지만 요즘은 달러화가 있어야 한다.
승용차도 마찬가지다. 일부생필품 가게들은 아예 달러만 받는다.
바르샤바 중심의 유니올 백화점은 지난 1월부터 미 달러만 받고있다.
이 백화점 밖에는 암달러상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암시세 환율은 달러 당 3천1백∼3천4백 즐로티로 공정환율인 5백 즐로티의 6배나된다.
암시장에서 달러를 바꾸는 것은 물론 위법이나 암거래 광고가 정부발행 신문에까지 게재된다.
폴란드의 즐로티 화는 최근 수년동안 대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된 요인은 연60%를 넘는 인플레이션이다.
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달러와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물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거리 이곳저곳에 무엇이든 물건을 사러는 사람들로 길게 줄을 이루고 있다. 육류· 보트카· 코피·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도 상점 지배인과 연고가 있지 않고선 구하기 어렵다.
국영상점에서 사라진 물건들은 암시장에 비싼 값에 나온다. 암시장의 규모와 기능이 엄청나 정부도 묵인하고있다.
즐로티 화는 암거래에서 통용되나 값어치가 없다.
암시장에서 컬러TV세트 1대 값은 1백20만 즐로티로 노동자 연간 평균소득 1백만 즐로티를 넘는다.
달러를 가진 사람은 달러 숍에 간다. 원래 달러 숍은 관광객· 외국상사 주재원을 대상으로 설립됐으나 지금의 주 대상은 폴란드인이다. 정부직영인 달러 숍은 최근 들어 그 수가 급증, 바르샤바 시내에만도 벌써 50여 개나 된다.
폴란드인들의 외화수입원은 해외 취업자들이 보내온 것과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이다.
약1천5백만 명이, 해외에 취업해 고국에 송금하는 외화액수가 엄청나다.
달러 숍은 해외거주민들이 송금해온 외화를 거두어들이는「흡수장치」다. 이에 따라 큰 부작용이 일고 있다.
외화수입의 길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생활수준 차가 급격히 벌어져 「빈부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즐로티 화만으론 달러 숍에 갈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물건은 부득이 암시장에 의존해야하는데 암시장가격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달러와 즐로티의 이중경제 문제는 4백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채문제와 함께 폴란드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달러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이것은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주의국가 폴란드가 새롭게 당면한 또 다른 난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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